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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용 기자 > 카카오가 6월 16일부터 시행한 운영정책 개정안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핵심은 ‘폭력적 극단주의 콘텐츠 공유 금지’ 조항. 테러 예비, 음모, 선동과 함께 극단주의 단체를 칭송·홍보하는 행위도 제재 대상으로 삼는다. 카카오는 대화 내용을 사전 열람할 수 없으며, 이용자 신고에 따라 사후 검토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사전 검열’이라는 비판은 가시지 않는다.
쟁점은 규제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기준의 모호성과 정치적 악용 가능성이다. 카카오는 “국제기구가 테러 조직으로 분류한 알카에다·탈레반·하마스 등을 지칭한다”고 설명했지만, 운영정책에는 단체명이 명시되지 않는다. 이용자와 플랫폼 운영자 모두 해석에 의존해야 하는 구조다. 이런 추상적 기준은 언제든 정치적 의심으로 번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월, 민주당 전용기 의원이 “내란선동 가짜뉴스를 퍼뜨리면 고발하겠다”고 발언하자, 국민의힘 나태근 위원장은 ‘카톡 검열’이라 규정하며 형사 고발까지 이어졌다. 플랫폼 정책이 정치의 무대가 되는 현실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카카오 측은 “친구 간 대화는 신고조차 불가능하며, 신고가 있어야 검토가 가능하다”고 반박한다. 기술적으로도 카톡 대화는 암호화돼 있어 사전 열람은 불가능하다. 이는 맞는 설명이다. 그러나 ‘친구 삭제 후 신고’ 같은 제도가 악용될 경우, 정치적 견해 표현조차 제재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신뢰와 기준의 부재다.
해외 플랫폼들도 유사한 규정을 운영하고 있다. 구글·애플·메타 등은 테러 선동 콘텐츠를 금지하며, 정책 기준과 예시를 명확히 공개한다. 반면 카카오는 “국제 기준을 따랐다”는 해명 외에, 기준의 세부 내용과 적용 방식에 대한 소통이 미흡하다.
표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다. 그 자유를 제한하려면 구체적이고 예측 가능한 기준과 정치로부터의 중립성이 필수다. 지금 카카오의 정책은 그 설명과 설득이 부족하다. 이용자들은 모호한 문구 속에서 자발적 검열에 빠지고, 정치권은 이를 도구화한다.
규제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다. 그 규제가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재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 필요한 건 더 강한 통제가 아니라, 플랫폼과 정치권이 이 조치의 취지와 기준을 국민에게 명확히 설명하는 일이다.
모호함은 검열을 낳고, 침묵은 신뢰를 무너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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