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공간 잇-다(왼쪽). 오른쪽은 폐허가 된 성매매업소.
[공정언론뉴스]그곳은 긴 시간 동안 성매매업소가 있던 자리였다. 수원역성매매집결지가 폐쇄된 지 7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아담하면서 깔끔한 건물이 하나 들어섰다. ‘기억공간 잇-다’이다.
폐쇄된 성매매업소 건물 리모델링해 조성
수원시는 지난해 구 수원역성매매집결지 중심을 가로지르는 폭 6m, 길이 163m 규모 소방도로를 개설했다. 그리고 도로 개설구간 내 잔여지에 있던 성매매업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기억공간 잇-다’를 조성했다. 잇-다와 가까운 곳에, 시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정원 2곳(총 433㎡)도 조성했다.
54.38㎡ 넓이 단층 건물인 기억공간 잇-다에는 전시 공간과 커뮤니티 공간이 있다. 건물 앞 쪽에는 ‘변화된 모습으로 돌아온 골목길, 과거의 미래의 연결고리가 되다’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수원시는 2월 구성된 ‘기억공간 잇-다 자문위원단’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잇-다의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자문위원단 위원은 이미경 수원시의회 복지안전위원장, 김웅진 매산동주민자치위원장, 정선영 ‘성매매 피해자 현장상담소 돋움’ 소장, 수원시 도시디자인단 직원 등이다.
‘기억공간 잇-다’라는 이름은 자문위원단이 선정했다. 60여 년 동안 세상과 철저하게 단절된 장소였던 구 수원역성매매집결지를 시민들과 이어지는 공간으로 만들고, 어두웠던 과거와 밝은 미래를 잇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자문위원단은 지난 3월 24일 잇-다에서 두 번째 회의를 열고, 공간 활용 방안을 논의했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공간으로
자문위원단은 잇-다에 상설 전시될 콘텐츠는 성매매집결지가 있던 공간의 역사적 정체성을 내포하면서 밝은 미래를 담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잇-다’라는 이름에 걸맞게 과거(수원역성매매집결지)와 현재를 잇는 공간의 스토리가 담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또 잇-다의 공간 운영·활용 방안은 규정하지 말고, 공간 주변이 확장되는 것을 고려해 그에 맞춰 만들어가기로 했다.
수원시는 전시 공간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준비 과정을 거쳐 5월 이후 잇-다를 개관할 계획이다.
‘기억공간 잇-다’와 녹지 공간 조성은 60여 년 동안 세상과 단절돼 있던 구 수원역성매매집결지 일원이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첫걸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성매매집결지 흔적,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수원역성매매집결지 내 모든 성매매업소는 2021년 5월 31일 밤 자진 폐쇄했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성매매집결지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2~3곳 남은, 자물쇠가 채워진 ‘유리방’이 그곳에 성매매집결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유리에는 “본 업소는 은하수 마을 발전을 위해 자진폐쇄 했다”는 글씨가 적힌 빛바랜 홍보물이 붙어있었다. 불과 1년 3개월 전인 2020년 12월 수원역성매매집결지 내 유리방은 113개에 달했다.
거리 곳곳에 ‘임대 문의’라는 홍보물이 붙어있는 신축 건물이 잇달아 들어섰고, 공사를 진행 중인 건물도 여럿이다. 잇-다 바로 맞은 편에도 3층 건물이 건립되고 있다.
수원시가 지난해 개설한 폭 6m, 길이 163m 규모 소방도로에는 차량이 원활하게 통행하고 있다. 소방도로 개설 전 성매매집결지 내 도로 폭은 2m 내외에 불과해 차량 통행이 불가능했다. 화재와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수원시는 현재 2단계 도로개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2023년 12월까지 구 성매매집결지 내에 폭 6m, 길이 50m 도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지난해 구 수원역성매매집결지 곳곳에 엘이디(LED) 가로등과 방범·불법 주정차 단속 겸용 CCTV를 설치해 시민들이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는 밝은 거리로 만들었다. 화재 등 재난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 체계도 구축했다.
지난해 10월 26일에는 1999년 7월에 지정됐던 ‘청소년 통행금지구역’이 22년 만에 해제돼 청소년도 다닐 수 있는 거리가 됐다.
수원시는 올해 ‘수원역 역세권 미래비전 및 발전구상 용역’을 추진해 매산로1가 일원의 역세권 기능 강화 방안, 주변 지역과 연계한 장기 발전 방안 등을 수립할 계획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기억공간 잇-다는 과거를 기억하고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며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를 산뜻하게 정비해 시민들에게 언제든지 편하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