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장애인과 ‘든든한 동행’...‘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공정언론뉴스]“손에 메니큐어를 발라본 지가 언제인지...” 발달장애 아들을 둔 A씨는 곱게 네일아트를 한 자신의 손톱을 바라보다 이내 눈가가 촉촉해졌다. “아들 돌보느라 손이 많이 거칠고 부르텄는데 손톱이라도 예쁘게 칠하고 나니 기분전환이 좀 되네요”
이날은 ‘고양시 7일의 휴가 있다’ 프로그램의 지난해 마지막 수업이었다. 그동안 매주 색다른 체험수업을 하며 잠시나마 휴식을 가질 수 있었다. 같은 반 9명 모두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다. 수업 때마다 동병상련의 심정으로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다보니 속도 후련했다.
고양시에는 장애인 인구가 많다.
지난 3월 말 기준 고양시 등록장애인 수는 41,941명이며 이중 심한 장애인은 15,756명이다. 장애인 인구가 경기도 2위, 전국 3위(시·군·자치구 기준)를 차지한다.
장애인과 가족들이 고양시를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하드웨어 면에서 고양시는 홀트학교 및 한국경진학교 등 특수교육기관이 4곳위치해 있으며,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 등 두 곳의 장애인체육시설이 있다는 장점이다. 소프트웨어적 부분으로는 전국 최초로 시작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이용장애인 ‘근로보조수당 지급’ 등 타시군과 차별화된 장애인 복지사업들이 속속들이 지원되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아픔과 불편함이 생활의 걸림돌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시설 휴관으로 유독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장애인과 가족분들에게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사업들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올해 4월 20일은 41돌을 맞이하는 장애인의 날이다.
4월을 ‘장애인의 날’로 정한 것은 4월이 1년 중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로, 장애인의 재활의지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장애인의 날을 맞아, 고양시에서 운영 중인 의미 있는 장애인 복지 사업들을 몇가지 소개해본다.
장애인 가족분들 잠시 쉬어 가세요...‘고양시에는 7일의 휴가 있다’
지난 19일, 울산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는 ‘팬데믹 시대 발달장애인의 생활실태와 서비스 욕구 변화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해 가족들에게 돌봄 부담이 64.8% 가중돼 설문응답자의 74.8%가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보호자들이 느끼는 양육 스트레스(5점 척도)는 코로나19 이전의 평균 3.08점에서 3.31점으로, 우울(4점 척도)은 1.66점에서 2.13점으로 각각 증가했다.
고양시는 2019년부터 장애인가족 휴식지원을 위한 ‘고양시에는 7일의 휴가 있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 가족들이 1주일에 한 번씩 7주 동안 다양한 체험 수업에 참여한다. 모두 7기까지 운영되며 신청자는 1기씩 참여 가능하다. 기분을 환기시키고 심리, 정서적 안정을 얻으며 스트레스를 완화할 수 있다.
원예프로그램과 아로마, 케잌만들기 등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코로나19거리두기 상황에 따라 현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프로그램 참가비는 수업 재료비까지 전액 무료다.
월급 말고도 시에서 수당이 나와요...‘장애인 근로보조수당 지원’
고양시는 전국 최초로 장애인 노동자에게 월 5만원에서 10만원의 근로보조수당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지난해부터서다.
대상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월 평균 20시간 이상 일하는 장애인이다. 장애인재활시설에서 고용한지 3개월이 경과한 장애인 중 월 급여 20만원 미만인 경우 지급하고 있다. 근로중인 장애인에게는 월 10만원을, 아직 배우는 단계인 훈련장애인에게는 월 5만원을 지급한다.
작년 한해, 시는 5개 시설에 연인원 493명을 대상으로 총9,560만원의 근로보조수당을 지원했다. 올해는 현재 2분기까지 접수된 금액이 5,252만원이다.
일산서구 소재 직업재활원에서 근무 중인 발달장애인 B양은 "시에서 지급해주는 수당이 도움이 된다"며 "가족들에게 간식거리를 사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장애인은 우리와 다르지 않아...‘찾아가는 희망가득 공연상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고양시를 만들기 위해 장애인 인식개선사업으로 ‘희망가득 공연상자’를 2018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형성이 중요한 초등 1~2학년과 유치원 학생들이 대상이다. 금년도 교육 대상은 전체 4,211명으로, 하늘초 병설유치원 등 14개 유치원과 행남초 등 27개 학교다.
연극 공연 팀이 직접 학교나 유치원을 찾아가 인형극을 진행하는 대면 교육에는 942명이 참여한다. 비대면 교육은 3,269명이 대상이다. 온택트 상황에 맞춰 인형극 공연 영상을 관람하는 방식이다.
대면 교육으로는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극단 ‘멋진친구들’이 공연을 선보인다. 4명의 발달장애인들이 30~40분가량의 인형극을 한 뒤, 간단한 자기소개를 하며 질문과 대답의 시간을 가진다.
지난해 참여한 일산동구 백송초 병설유치원 교사 C씨는 “아이들이 어리기 때문에 장애인에 대한 공연내용을 편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서 “원에서 함께 생활 중인 특수학습 친구들에 대해서도 자신들과 별로 다르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버스타고 함께하는 따뜻한 여행... ‘고양 꿈의 버스’
고양시는 장애인과 가족들의 이동의 불편함을 해소하고 문화, 역사, 생태, 전통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나들이와 여행을 지원하는 ‘꿈의 버스’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사업과 테마사업 두 가지로 나뉜다. 일반사업은 버스와 운전기사 유류비, 통행료를 지원해주며 33인승, 45인승 꿈의 버스가 대여된다. 학교 등 단체에서 신청할 수 있다.
테마사업은 매월 선정된 여행지 관람, 체험, 숙식 등을 전액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개인이 신청 가능하다. 신청은 인터넷 검색창에 ‘꿈의버스’를 클릭해 홈페이지에서 하면 되며, 신청이 접수되면 꿈의 버스 실무운영위원회에서 매월 초 심의해 선정한다.
지난해에는 서울타워, 한강유람선, 부천식물원 등 16의 여행지를 발굴해 테마사업을 진행했다. 운영 만족도 질문에 대해서는 일반사업 ‘매우 그렇다’ 72.2%, 그렇다 27.8%로 조사됐으며 테마사업은 ‘매우 그렇다’ 87%, 그렇다 11%로 파악됐다고 시는 밝혔다.
금년도에는 일반사업으로 5월에 일산동고에서 신청해 5월 헤이리 예술마을까지 꿈의버스가 지원될 예정이다. 여행을 지원하는 테마사업은 지난해 12월부터 5인이상 집합금지에 따라 잠정 중단됐다. 현재까지 이용 대기자는 총 98명으로, 시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지침에 따라 신중히 진행할 방침이다.
‘꿈의버스’ 사업은 2016년부터 시작해 총 16,435명이 참여했다. 2019년도 행안부 주민생활혁신 우수사례로 선정된 바 있다.
고양시는 이 외에도 최근 장애인고용촉진을 위한 장애인표준사업장 지원 조례를 제정했으며 △무장애 친화도시 조성 △고양시발달장애인가족지원센터 개소 △생활SOC 복합화사업 공모 선정으로 국비 53억을 확보한 ‘장애인종합복지드림센터’ 등 다양한 장애인 복지관련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