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 소재 모 농협 건물. (사진=동부권취재본부)>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농업협동조합이 건물을 신축하면서 9층으로 설계된 건물을 5층으로 축소해 조합에 손실을 끼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과정에 현 조합장이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지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남양주시에 위치한 문제의 건물은 농업협동조합 소유의 토지 16,894㎡(약 5,137평)에 연면적 17,742.17㎡ 규모의 지하 2층, 지상 5층 건물을 신축해 지난 2021년 6월 준공했다. 현재 건물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하나로마트와 임대매장, 2층부터 4층까지는 의료기관, 5층은 의료기관과 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이 건물의 최초 설계는 이보다 높은 지하 2층, 지상 9층으로 설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와 전 조합원 등에 따르면, 본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9층으로 계획됐으나 지금과 같은 5층짜리 건물로 축소되면서 오히려 설계변경 비용이 추가되고, 공사 착공이 1년 가까지 지연돼 자재비 인상 등의 요인이 더해져 당초 370억 원의 공사비보다 60억 원이 추가된 430억 원이 소요됐다. 결과적으로 9층으로 지었을 때보다 5층으로 지었을 때가 돈이 더 들어간 셈이다.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9년 현 조합장인 A씨가 당선되면서부터다.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전 조합장 측에서 지난 2018년에 9층으로 건물을 짓겠다고 발표하고 그해 12월에 기공식을 진행했는데 이듬해 3월 선거 후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서면서 ‘지금 돈도 없고 힘든데 왜 이런 것을 짓느냐. 굳이 이런 걸 지어야 하나. 돈도 없는데 줄이자’라고 해 총회 및 이사회를 통해 줄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면서 “그런데 돈이 없어 건물을 줄이자고 했던 사람(조합장)이 목 좋은 곳에 4층짜리 건물을 짓겠다고 하다 조합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고 조합장 A씨의 이중적인 행동을 지적했다.
건물 규모가 축소되는 과정에 약간의 진통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현 조합장이 ‘돈도 없는데 빛 내가면서 건물을 지으면 안 된다. 줄이자’고 했을 때까지만 해도 총회에서 ‘짓기로 한 것은 짓자’고 부정적 의견을 냈으나 여론정리, 임원진 교체, 설득의 과정을 통해 결국 5층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9층에서 5층으로 설계를 변경하는 비용만 해도 약 20억 정도가 추가됐는데 그 비용이면 건물을 더 올릴 수 있었던 금액”이라며 총회의 결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였다.
준공 후 건물 사용에 있어서도 목적과 부합되지 않는 배치로 조합에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농협 건물 1층 내부. (사진=동부권취재본부)>
관계자에 의하면 당초 계획에는 1층 전체를 마트로 사용할 목적이었다.
이 관계자는 “우리 농협의 가장 중요한 것이 마트 사업으로 1층 전체 마트로 쓴다고 기획했었다”면서 “그러면 충분히 다른 대형마트와 경쟁이 될 것으로 판단해 준비했는데 갑자기 마트를 1층 안쪽과 지하로 밀어 넣어 아주 옹색하게 만들어 사업의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형태가 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건물 1층에 들어서면 2층 병원으로 통하는 에스컬레이터와 약국, 패밀리식당이 들어서 있으며 마트는 안쪽으로 위치해 있었다.
반면 조합장 A씨는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한 사업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A씨는 “이사회를 통해 승인을 받아 축소한 것”이라고 일축하고 “공사 금액이 부족해 차임을 해야 될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에서 차임을 해오는 것보다는 우리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공사를 하자 그래서 37개 영농조합을 다니면서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수렴해 투표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표 결과 70%가 건물을 줄이는 게 타당하다. 돈을 빌려서 하느니 줄이는 게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왔고, 그 결과를 토대로 이사회에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줄이자고 해서 줄여 공사비도 줄어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물이 축소되면서 오히려 공사대금이 더 들어갔다는 제보와 다르게 현 조합장 A씨는 건물을 축소하면서 공사비를 아꼈다고 주장했다.
공사비를 얼마나 줄였냐는 질문에 조합장 A씨는 “자료가 있기는 한데 약 80억 이상은 줄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설계변경 등은 증가 요인이고 건물을 줄이면서 인건비라든지 다 줄었을 것이고 그런 거 포함하면 80억 이상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당 건물의 과정에서도 특정 의료법인에 특혜를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해당 농협 사진. (사진=동부권취재본부)>
앞서 공정언론뉴스는 A씨가 조합장으로 있는 농업협동조합에서 본 건물 2층부터 5층에 임차해 있는 B 의료법인에 주변보다 낮은 임대보증금과 월세를 받으면서 손실을 불러왔고, 5층을 매각해 조합의 재산권 행사에도 차질을 불러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행정전문가는 자칫 민·형사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행정전문가는 “조합이 특정 의료법인에게 인근 시세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조합의 건물을 매각하고 임차하였다면 조합의 자산의 감소 및 손해를 초래하는 일”이라면서 “이와 같은 결정이 단지 이사회의 승인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적법하다 할 수 없고, 적법한 총회의 결의로 결정된 사안인지 확인해 보아야 할 사항”이라고 전했다.
이어 “만일 이와 같은 사안이 대의원과 조합원들에게 사전에 통지가 없이 조합장이나 이사회의 독단적 결정에 의해 이루어졌다면 형사상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고, 민사상 손해배상의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또는 이와 같이 결의한 사항은 임원들에 대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는바, 징계 여부 결정을 위해 이와 같이 결정한 이사회의 임원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이사회 회의록을 확보하여 징계에 대한 논의도 총회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조합원들의 출자 등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업 및 조합의 자산의 처분에 대한 내용은 반드시 조합원들에게 통지가 되어야 하고 대의원들의 결의가 있어야 하는데, 특정 의료법인에게 농협 건물 상당 부분을 매각하고 임차한 것은 농협법 및 정관의 본래적 사업의 취지에 맞지도 않는다 할 것”이라면서 “지역농협이라는 특수목적 법인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할 것인바, 이에 대한 적법한 결의 여부를 확인하여 책임 소지를 가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