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학자이자 문명비평가인 미국의 저술가 앨빈 토플러는 1980년 <제3의 물결>이란 책을 통해 미래의 변화가 우리 인간 생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를 예고했다. 여기서 ‘제3의 물결’은 정보 통신 기술이 발달한 현대의 정보화 사회를 말한다. 그는 컴퓨터 사용과 인터넷으로 지식과 정보를 교류하며 생활하고, 지식과 정보를 소유한 사람이 더욱 많은 부를 누릴 수 있는 사회를 바라봤다. 더불어 지나친 과학 기술의 맹종이 인간의 존엄과 존재가치를 위협하는 거대한 파도가 몰려올 것이라 경고했다.
우려 섞인 그의 예견은 고도의 정보통신 발달과 함께 개인용 컴퓨터와 각종 뉴미디어 장비가 널리 보급되면서 더욱 가속화되었다. 우리는 매일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각지로부터 엄청난 양의 정보를 빠르게 얻는다. 산업, 학술, 군사, 행정 정보 등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정보 분석과 활용 능력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 ‘문해(文解) 능력’ 격차로 불리는 새로운 격차 현상이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과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평균 학력과 지식수준이 상승했음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문제는 허위 왜곡 정보로 인한 이용자 피해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는 ‘가짜뉴스’가 이를 증명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4조 원에 인수한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손흥민을 최우선 영입 타깃으로 낙점했다는 내용부터 한창 신혼 생활을 만끽하고 있는 김연아와 고우림의 이혼 소식, 국민 MC로 불리는 유재석이 10년간 아내를 폭행하고, 백종원이 사망했다는 둥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가짜뉴스들이 판을 치며 온라인 이슈를 짜깁기 한 ‘사이버 렉카’ 영상이 무분별하게 양산되고 있다.
이러한 허위 영상들이 지속해 쏟아지는 이유는 조회수가 광고 수입으로 직결되는 유튜브의 수익 구조 때문이다. 유튜브는 1,000명 넘으면 수익 창출이 가능해지고, 영상의 길이, 구독자 수, 조회수, 댓글이 많을수록 수입이 증가한다. 영상 1개당 제휴 수익도 200~300만 원에 달하며, 월 2,300~4,000만 원가량의 수입까지 기대할 수 있으니 가짜 뉴스 게시를 중단하기 쉽지 않다.
물론 유튜브는 자체적으로 '노란 딱지'(차단) 제도와 스팸 및 현혹 행위에 제재를 가하고 있어 이러한 허위 영상들의 수명은 길지 않다. 그러니 단시간에 최대한 자극적인 뉴스로 시청자를 유입해 최대의 조회수를 노려 한탕 치고 빠지려는 수법을 택하는 것이다. 심지어 인구수가 많은 중국이나 베트남의 경우 구독자 1,000명을 넘기기가 쉬워 수익 승인을 받아놓은 영상들을 사서 공장 식으로 하루에 영상 3~4개를 무한 반복해 생산 중이다.
모바일 인덱스에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유튜브를 앱 이용하는 월 평균 시간은 32.9시간이다. 가장 긴 이용자는 10대 이하 남자 청소년이다.
이러한 점에 대해 대부분의 교육계 종사자는 “청소년들은 그릇과 같아서 정보라는 물을 담으면 담은 그대로 받아들인다”며 ‘가짜뉴스’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점을 우려했다.
또, 미국 실험심리학저널에 발표된 논문의 실험에서는 고령층과 청년층을 대상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연구진은 “70세가 넘는 고령자는 다른 주제에 대해 가짜뉴스를 가려내는 능력이 떨어졌다. 이는 그들이 정보를 자세히 보거나 세부사항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점을 보면 10대 이하 청소년과 고령층은 유명인들의 사생활 폭로와 추측성 의혹들이 여과 없이 받아들여지면서 폐해가 클 것으로 보여진다.
피해자가 속출하는 상황 속에도 ‘조회수 지상주의’에 매몰된 유튜버들이 계속 활발하게 활동하는 이유는 별다른 제도적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사이버 모욕죄나 사이버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하지 않는 한 처벌의 근거가 사실상 없다. 이와 관련한 통합방송법이 국회에서 논의된 적이 있으나 가시적인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았다.
정보가 범람하는 유튜브 시대, 진짜와 가짜의 정보를 구분해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와 규제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어떠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할지 진지한 논의가 요구된다. 미디어 역할을 하는 개인 사업자들에 대한 경제적 규제만이 아닌 미디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시민단체를 활용해 사회문화적 규제안이 만들어지는 것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