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 혼자 살까?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일까?

2023.03.16 11:05 입력 조회 810

위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 수 있습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 URL 복사하기

송국선3.JPG

<결혼맹세를 앞둔 신랑. (사진=송세용 기자)>

 

매주 금요일 밤 11시. 사람들이 TV 앞에 몰린다. 1인 가구가 트렌드가 되며 각기 다른 이유로 싱글족이 된 스타들의 삶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해 혼자서도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때문이다. 일반인과는 사뭇 다르면서도 “결국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싱글 라이프를 보여주며 10년째 장수하며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간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신선한 기획으로 돌파구를 찾아 혼자서도 즐겁고 자유롭게 자기만의 독신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며 사는 모습을 그려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아 <나 혼자 산다>는 지난해 연말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수상 등 총 9관왕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한 정치인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언급하며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한 걸로 인식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나 혼자 산다>를 언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 1인 가구 수는 700만 여명으로 전체 가구 유형의 1위를 차지할 만큼 크게 증가했다. 2021년 기준 혼인 건수는 19만 3,000건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결혼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결혼 적령기는 20대’라는 말이 옛말이 된 지도 오래다. 초혼 연령은 점차 높아져 2021년 평균 초혼 나이가 여자는 31.1세, 남자는 33.4세로 집계된다. 통계청에 의하면 갈수록 결혼을 기피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으며, 결혼은 하더라도 늦게 하는 추세가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서는 결혼의 평균 연령이 높아지는 만혼 현상에서 나아가 아예 결혼에 대한 의지와 바람이 없는 비혼 경향도 짙어지고 있다. 내 집 마련, 결혼 비용 증가, 출산·양육에 대한 부담 등 경제적인 이유에서부터 심리적 이유까지 그 원인은 다양하다. 한 조사기관에 의하면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말한 응답자가 65.2%로 MZ세대들 사이에서는 관심사와 취향이 잘 맞을 시 결혼에 대한 전제가 없이도 ‘동거’를 선택하는 것이 그리 낯선 풍경이 되지 않는다.


지금의 20와 30대의 삶은 더 이상 결혼과 출산을 중심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서류상 얽히는 관계에 억지로 들어가 감정적인 에너지를 쏟고 헌신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며, 출산과 양육으로 인해 자기 꿈을 펼칠 기회를 포기하는 것을 꺼려 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트렌드에 민감해 자신을 위한 소비가 중요하고 사회 이슈에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에 더 에너지를 쏟고 싶어 한다. 가취관(가벼운 취향 중심적 관계), 다만추(다양한 삶을 만나는 것을 추구) 등의 신조어에서도 안정적인 것보다는 새롭고 다채로운 일상을 추구하는 걸을 볼 수 있다.


분명 이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결혼하지 않고도 주체적이고 행복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다. 불안정한 현재와 암담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부모님 세대와는 다른 ‘나다운 삶’을 추구하는 각자의 이유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결혼이 희생과 포기만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이루고 출산과 양육으로 감당해야 하는 모든 시간이 늘 ‘고통’과 맞닿아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눈물과 아픔, 인내를 통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게 된다. 이전보다 더 단단해지고,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기도 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자아 실현보다 더 큰 행복이자 기쁨이 되고 살아가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결혼이 꼭 ‘미친 짓’은 아니다.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남녀 간의 사랑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결혼이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주는 새로운 세계로의 문이 될 수 있기에 한 번쯤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면 너무 ‘꼰대스러운’ 얘기가 될까.

[송세용 기자 edit@fp-news.co.kr]
<저작권자ⓒ공정언론뉴스 & fp-news.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