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들고 고민하는 여자
2018년 7월 1일,
‘주당 근로 시간 52시간’이 시행되었다. 종업원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기업, 공공기관을 우선 대상으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기존 68시간(평일 40시간+평일 연장 12시간+휴일근로 16시간)에서 52시간(주 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으로
총 16시간을 단축한 근로제도이다. 산업계 충격 완화를 위해
기업 규모별로 시행 시기가 차등 적용되어 2021년 1월부터는
중소기업에서도 시행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도는 장시간 근로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것은 인정하나
초과 근로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지속해 나오면서 ‘근로기준법’ 개정을
새롭게 규정한 의미 있는 정책으로 꼽힌다. 근로 시간 단축으로 국민의 휴식 있는 삶을 제고하고 일과
생활의 균형을 실현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관련 20대 대선에서 ‘주 52시간제’의
유연한 운영을 시사했던 윤석열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하기 위해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기존
‘주’ 단위에서 ‘월’이나 최대 ‘연’ 단위로 바꾸는 ‘주 69시간제’를 논의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근로 시간 집중 및 연속화로 인한 근로자의 건강권 침해를 비롯해, 장기간 근로에 상응하지 못하는 보상과 사용자 측의 악용 가능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후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한 발짝 물러서며
보완, 재검토를 논의하고 있지만 노동자의 휴식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더구나 대한민국 노동시간은 연 1,915시간으로 OECD 38개 회원국 중 5위를 차지한다. 장기간 노동은 출산율 저하를 야기해 결과적으로 국가 경제의 근본인 ‘인구감소’로 이어져 전 세계적으로 근로
시간을 감소해나가는 추세다. 근로 시간 단축 효과는 오히려 생산성 향상과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에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주 5일을 넘어 주 4일, 주 32시간제로 노동시간 혁신을 꾀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폐지’는 이러한 상황에 역행하는 정책으로 국민들의
분노를 불러오기에 충분하다.
윤석열 정부 국정 수행에
대한 지지율을 떨어뜨리게 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한일
양국 간의 불행한 역사를 뒤로하고 새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자평에도 불구하고 12년 만에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여느 때보다 뜨겁다. 일제
강제 징용 문제 해법과 피해 배상안, 사죄와 반성 없는 일본 피고 기업 등과 관련하여 국민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은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에 얽매이는 것은 분명 옳지 않다. 하지만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에 대해 책임질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한쪽만의 노력이 아닌 한국과 일본 양측이 함께 노력해 고통의 역사를 잘 극복해 나가야 한다. 지난 세기 유럽도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충돌했지만 화해했다. 이는
전범국가인 독일이 총리가 바뀔 때마다 사죄의 뜻을 밝히고, 희생자 참배에 나서는 등 피해자 배상과 명예
회복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동원하며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도 과거를 넘어
화해와 공존의 아시아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과거를 직시하고 책임을 인정하려는 태도를 분명하게 보여야만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일관계 경색과 현재
비판 여론의 책임을 야당과 전 정권에 돌리고 있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수십 차례 반성과 사과의
뜻을 전했다며, 배타적 민족주의를 버리고 이제는 미래 세대를 위해 한일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일본의 입장에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스탠스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윤석열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단시간 내로 회복되긴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