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혜 시민기자>
학교운영위원회(이하 학운위)는 학교 운영에 대해 학부모, 교직원, 지역 인사가 정책 결정에 있어서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되도록 만든 기구로 단위 학교별로 설치돼 있으며, 학교 안팎의 구성원이 함께하는 교육공동체, 학교 특색과 실정에 맞는 운영을 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는 1995년 시범사업 후 2000학년도부터 모든 국·공·사립 초중고 및 특수학교에는 운영위원회를 설치·운영토록 하고 있다.
하남시 학운위 협의회 정관(2018.12.14 시행 기준)에 따르면, 각 학교 운영위원장, 부위원장으로 구성되며 제1장 2조에 따르면 ‘학교 교육을 지원함과 동시에 학교 운영위원회 상호 간의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제6장 제정과 관련해 각 학교 위원장 연 25만 원, 부위원장 연 10만 원의 회비를 납부하게 돼 있고 관내 운영위원일지라도 회비를 납부하지 않으면 협의회에 속할 수 없다.
한마디로 학운위 협의회는 사적인 기구인 셈이다. 각 학교에는 법령으로 반드시 운영위가 설치돼야 하며 구성원들은 자발적인 봉사직이면서, 준공무원에 해당하는 제재를 받게 된다.
하지만 협의회는 앞서 제시한 정관대로, 친목 도모의 성격을 갖고 있어 교육청의 관리·감독 범위에 포함돼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도 교육청과 광주하남교육지원청의 관리할 권한이 없다.
문제는 이 협의회가 마치 모든 운영위를 대표하는 조직처럼, 정치인, 교육장 등을 만나는 것이다. 물론 지역 현안을 대표로 전달하는 역할은 필요하나 원도심, 신도시 학교의 환경 및 요구 차이, 학교장의 교육철학 등 각 학교 현황이 다르다. 현재 협의회가 하고 있는 역할을 각 학교 운영위원장, 학부모회장 등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또한 임원 정관에 따르면 선출직 회장, 부회장, 감사는 각 연 100만 원, 50만 원, 25만 원의 추가 회비를 납부해야 하며 임명직인 축제 준비 위원장, 홍보분과위원장, 학생복지분과위원장, 문화예술분과위원장, 대외분과위원장, 교육분과위원장 역시 각 25만 원의 추가 회비가 있다. 이는 하남시 학운위는 각 분과장을 만들고 조직화해 자리 만들기를 하는 셈이다.
학운위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도 문제가 있다.
학운위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은 대표적으로 ▲레알축제 ▲스승의 날 현수막 제작 ▲문화의 밤(장학금 전달) 등이 있다.
특히 ‘레알축제’ 무대는 아이들이 춤추고, 노래하고, 연주하며 아이들의 끼를 발산하는 장기 자랑으로 즐겁고 모두 웃어야 하는 축제이지만 이면에서 학부모들은 웃을 수 없었다.
C 학부모는 “축제 MC 정도는 학운위 임원진이 추천하는 아이를 내세울 수 있어 아이들에게 상실감을 줄 수도 있고, 이런 무대행사는 이미 학교에서 충분히 하고 있다”며 학운위 필요성에 의문을 가졌다.
또, “부스 운영에도 학교 예산과 학부모들의 자원봉사가 필수적이다. 대부분 아이는 주말에 학원 등의 일정으로 내 아이가 참여하지 않은 가운데 주말에 나와야 한다”면서 하소연했다.
문화의 밤 장학금 전달 역시 모든 학교가 졸업식을 끝낸 이후에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운영위원장이 임의로 추천하게 되고, 일부 추천받은 학생은 방학 중이라 해외 출장이나 계획된 일정으로 참석이 어려운데 꼭 당일 행사에 참석할 수 있는 학생을 추천하라고 한다. 결국 내가 낸 회비, 내 아이의 장학금으로 돌려받는 셈이다.
D 학부모는 “본래 학교 졸업소위원회가 규정대로 해당 학생에게 졸업식에 전달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의견을 제시했다. 결국 문화의 밤이라는 어른들 행사에 학생들이 자리를 채우는 역할만 하는 것이다.
이런 하남시 운영위협의회 관련 내용은 신도시 시민들에게 많은 당혹감을 준다. 서울 등 타지역에서 유입되다 보니 학교에 봉사하려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이러한 이해관계가 있다는 게 유감스럽다.
또 자꾸 정치인들과의 만남을 보여주다 보니 서로 홍보용으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 교육청 학부모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E씨는 “정치적으로 결탁한 운영위가 있다고 들었는데 모니터링에 소개된 곳이 하남시라는 것을 금방 눈치챌 수 있었다”고 했다.
작년 경기도 의회가 주관한 ‘학교운영위원회의 효율적인 운영과 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선 하남시 운영위협의회장은 “3년 전 운영위원장의 임기가 단임으로 개정되었는데 당시 개정 이유에서 운영위원장이 마치 학교를 둘러싸고 유착 및 비리를 저지르는 사람처럼 묘사되어 불편했다”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런 말 자체가 토론회에서 이런 발언을 하는 건 적절치 않다. 토론회는 다수가 보고 있는 무대이다. 주제에 벗어난 자기변호는 기자회견 등에서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또 3년 전 이야기를 다시 거론해서 불편했다는 말 자체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까?’라는 의문을 들게 한다.
현재 하남시에는 48개의 초·중·고교에 운영위원회가 있다. 신도시 개발로 외부 인구 유입은 계속되고 있고, 학교도 늘어 가고 있다. 또 광주와 하남의 교육청 분리, 설립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남시 학운위협의회, 과연 이대로 괜찮은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