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의 경찰청 접수증 (사진=동부권취재본부)>
국가무형문화재 악기장 보유자 선정을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악기장(樂器匠)은 전통음악에 쓰이는 악기를 만드는 기능 또는 그러한 기능을 가진 사람으로 북, 현악기, 편종·편경 제작의 3개 핵심 기·예능으로 나누어진다.
최근 문화재청은 악기장 보유자로 K, J, P씨 등 세 명의 장인을 인정 예고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에 인정 예고된 세 장인은 지금까지 시도무형문화재 악기장 보유자로 인정된 장인이다. 이 중 K씨는 국가무형문화재 현악기 제작 보유자였던 故 이영수(李永水, 1929년생) 씨로부터 기법을 전수받아 48년 동안 현악기 제작 기술을 연마했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J씨와 P씨 또한 45년 이상 현악기 제작 기술을 연마하는 등 모두 해당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해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J씨의 경력에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공익제보자 A씨는 문화재청이 J씨가 이영수 씨로부터 기법을 전수받았다고 밝혔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놨다. A씨는 “J씨는 기술보다 장사 위주로 생활하고 있고 지금도 기술 면에서 크게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J씨가 시도무형문화재로 선정될 당시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털어놨다.
A씨는 “영동군에서 J씨를 문화재로 만들 때 담당 공무원이 이수영 선생에게 찾아와 J씨가 이수영 선생 밑에서 기술을 전수한 것처럼 해달라고 애원했으나 이수영 선생은 본인(J씨)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찾아와 사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 호통쳐 그냥 보냈는데 어떻게 서류를 조작해서 무형문화재를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 했었다”라고 말해 당초 J씨의 지방무형문화재 선정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계보 이수를 무시하고 문화재를 남발하다 보니 전승공예 같은 정부 행사에서 아들, 손자뻘 되는 제자들이 아버지, 할아버지를 심사·평가하는 아이러니한 일들이 비일비재했다고 한다”면서 “본인도 못 하면서 자신의 기준에 맞추다 보니 한심하고 우스꽝스러운 일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A씨는 이어 “하물며 이번에 더 나가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예고를 했다 하니 한심하기를 떠나 아주 심각한 문제”라면서 “무형문화재를 초등학교 반장 뽑는 것보다 더 우습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A씨는 문화재청의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접수 전부터 ‘어차피 되지도 않을 것을 뭐 하러 접수하느냐’라는 얘기가 나와서 사전에 벌써 지방문화재 쪽으로 얘기가 돌았고 접수를 안 한 사람도 있다”면서 “심사위원과 점수를 비공개했다”고 말했다. 특히, A씨는 국가무형문화재 지정에 따른 사회적인 피해도 우려했다.
A씨는 “조달청 문화상품 조달 품목은 직접 제작한 물품만 등록해 조달·판매하게 돼 있는데 J씨는 본인이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물품을 제작하지 않고도 조달청에 등록하고 지역문화재라는 명분으로 초·중·고 학교는 물론 관공서까지 입찰해 납품한 것으로 안다”면서 “문화재 낙관이 찍히면 해금 한 대당 일천만 원을 호가하는데 그 품질이 백만 원짜리 악기와도 크게 다를 바 없어 원성을 사고 있다”고 폭로했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담은 고발장을 관계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공정 언론 뉴스가 확보한 고발장에는 ▲문화재는 이수를 받아 지정하는 게 관례인데 제대로 된 전수를 받지 않은 자들이 문화재로 등록되는지 ▲국악기는 국산 재료를 갖고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것이 원칙인데 수입 재료를 구매해 현대 방식으로 가공해서 만들어도 문화재 지정에 문제가 없는지 ▲장인정신이 깃들지 않은 하청을 주고 만들어 온 악기를 본인 문화재라는 이름으로 팔아서 엄청난 이득을 취해도 문화재법에 상관이 없는지 ▲조달청 문화상품 등록은 본인이 만든 악기만 등록해야 하는데 본인이 만들지 않은 수십 가지 악기를 등록해서 입찰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막대한 수익을 챙겨도 문화재 취소를 하지 않는 이유 ▲지정된 사람들보다 정식 이수를 받고 악기도 월등히 잘 만드는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왜 이들을 제외하고 이들보다 못한 지방문화재 3명을 지정했는지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끝으로 A씨는 “이번 일을 기획한 사람과 동조한 사람 모두 발본색원해 형사처벌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존경받는 사람이 문화재에 지정되고 우리나라를 대표해 세계에 우리 문화를 보급할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지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세 명의 인정 예고자에 대해 30일 이상(6월 5일부터)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유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박선영 사무관은 "의혹으로 고소. 고발되었는지 아무것도 아는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답을 하기엔 어렵다. 고소나 고발이 되었다면 조사이후에 할 말이 있지 않냐"며 "그런데도 늘 항상 악기장을 확정하는 과정에는 잡음이 있다. 심사 중이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