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혜 시민기자. >
고속도로는 경제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 등 민생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고속도로가 이제는 민생은 사라지고 정쟁만 남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가 그러하다.
도로법 제11조에는 도로 노선을 정해 고속국도를 지정·고시하는 자를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지정하고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전면 ‘백지화’를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여사 일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특혜 의혹’을 제기한 직후 내린 결정이다.
원 장관의 결정 이전에는 양평군민 뿐만 아니라 하남시민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시작점은 사실 감일지구이기에, ‘하남 감일~양평 고속도로’라 지칭하는 것이 옳다. 2008년 한신공영이 주도한 이 사업은 백지화되었다가 2017년 국토부 ‘고속도로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됐다.
그 사이 감일지구는 2019년부터 입주가 시작됐고 2023년이면 1만 4천여 세대가 거주하는 신도시로 급부상했다.
당시 입주 상황을 보면 2017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감일지구 관통 반대’와 시점 변경 등을 요구하는 주민들과 국토부의 많은 대립이 있었다.
하지만, 5일 국토부의 종착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변경되면서 감일 주민들은 시작점 변경을 위해 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다가 종착점의 변경과 그에 따른 정치적인 이슈에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원 장관 말 한마디에 고속도로 추진이 전면 백지화되면서 몇 년간의 민원이 한 번에 사라지게 되어 주민들은 허탈함을 느끼는 한편 무산되어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들기도 했을 것이다 .
그러나, 지난 13일 하남 ‘감일 총연합회’ 최윤호 공동 대표는 최종윤 하남시 국회의원과 함께 국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반대’와 관련한 성명서 발표로 다시 불이 붙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시작점 변경을 위해 이슈화하려면, 이 백지화를 반대해야 했을 것이다. 또 3기 교산 신도시의 교통 문제 등으로 하남시에는 이 고속도로가 필요할 것이며, 이런 시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일부 주민들은 이 성명서의 핵심은 ‘고속도로 시작점 변경’인데 자칫 언론에서 ‘하남시민들도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반대’로 기사가 나갈 것을 우려했고, 결국 그 우려가 현실이 된 헤드라인 기사가 올라오고 있다.
지난 며칠 간의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거 몇 년간 많은 주민의 민원으로도 꿈적하지도 않았던 것이 정치적 이슈와 무관하다 해도 결과적으로 쉽게 이루어진 점, 언론사들이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 이번 감일 지구 성명서의 진짜 쟁점이 공론화되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번외로 미사지구의 ‘수석대교’와도 평행이론이라 볼 수 있다. 미사 주민들 역시 일방적인 ‘수석대교’를 반대하는 것이 아닌 그에 따른 교통해결책을 요구하지만, 국토부는 ‘수석대교’만 건설하겠다는 고집과 언론들은 ‘미사주민 수석대교 반대’만 기사화하고 있어 남양주와의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
2019년에 입주한 A주민은 “위례 터널 분진과 밤늦은 소음, 새벽부터 시작하는 상가 공사 소리에 입주 5년 차임에도 이번 여름 역시 밤잠도 새벽잠도 설쳐야 할 것 같다”며,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소음과 분진도 문제지만 지반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감일은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 가장 많은 동네이고, 6개의 초·중·고가 밀집된 학군지라 아이들의 이동도 많다. 고속도로 공사로 싱크홀이라도 생기면 정말 큰 일이다”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쯤 되면 “국토부는 하남시를 싫어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국책사업이든 시책사업이든 갈등과 정쟁은 크고 작게 있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하지 말아야 하는 극단의 선택은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원 장관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자가 당사자가 누구이든간에 이 사업을 백지화한 만큼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게 주민들의 입장이고 바람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