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혜 시민기자>
“제가 오늘 드릴 말씀은 좀 옛날부터다. 천현동도, 하남시 전체도 그렇지만 71년도에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에 묶였는데 뭔지 몰랐다.
나중에 보니 완전 주민들 발목을 잡는 족쇄였다.
박정희 대통령이 영국을 다녀오니 울창한 숲속 도시가 진짜 살기 좋은 그런 곳이었나보다.
그때 당시 건설부에 지시해서 ‘대한민국도 대도시 주변에 그린벨트를 지정해 쾌적하고 살기 좋게 해야겠다’라고 했다. 그때는 반항할 수도 없었다. 목소리만 내면 잡아가서 혼나니까”
지난 28일 열린 ‘하남-남양주 중부 연결 민자고속도로 결사반대 천현동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조중구 위원장이 한 말이다.
전 하남시의회 의원을 지냈던 조중구 위원장은 이날 뙤약볕이 내리쬐는 삼복더위에도 약 1시간가량 그린벨트로 인한 천현동 주민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조 위원장은 이어 “노태우 대통령 시절에야 목소리를 내면서 서울 시민을 위한 산소를 공급하는 경기도 그린벨트 지역에 보상을 해줘야 않느냐고 건설부에 요구했더니 이제 ‘개발제한구역’이란다.
지방 사람들이 다 서울·경기도로 오기 때문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규제한다며 묶어놨다. 그래서 해결됐나? LH가 아파트를 짓겠다고 하면 규제를 다 풀어준다.
LH와 국토부는 다 훼손하면서 정작 주민들에게는 가축을 축사(畜舍) 하나까지 말도 안 되는 규정으로 단속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어두면서 시민들의 속앓이가 많았다는 방증이다.
영국 런던에서 최초로 본격 시행된 ‘그린벨트(green belt)’는 전세계 약 20여개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한국은 영국과 더불어 그린벨트가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로 손꼽힌다.
박정희 대통령이 1971년 처음 도입했으며, 급속한 발전에 따른 도시, 일부 지역들의 무분별한 팽창으로 인해 교통, 주거, 환경 등이 악화될 것으로 보이자 이를 줄이기 위해 시행됐다.
말로는 ‘그린벨트’지만 실제로는 개발 제한으로 지역이 낙후되도록 강제하고, 국가가 강제로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기에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었다.
지난 2022년 12월 27일, 국토교통부는 ‘하남~남양주~포천’을 잇는 ‘중부연결 고속도로민간투자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를 공개했다. 총연장 27.1km로 하남 하산곡동부터 남양주시 진접읍까지 연결된 왕복 4차선 도로로 계획대로라면 2025년 착공해 2030년 개통을 폭표로 하고 있다.
이중 하남 구간은 3.7㎞이며, 이곳에는 새능, 경찰서, 팔당대교 인근 등에 IC 3곳과 중부고속도로 연결을 위한 JCT 1곳 등이 설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사업 초기부터 천현동 주민들의 반발로 난관에 봉착했다. 환경파괴와 생활·재산권 피해 등을 우려한 천현동 주민들이 전면적인 백지화 투쟁을 선언하면서다.
‘검단산’은 하남시 ‘생태계의 보고(寶庫)’로 검단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뚫는 공사를 진행할 경우 ▲4만 그루 나무 훼손 ▲동식물 서식지 파괴 ▲천연기념물·멸종위기종 서식지 파괴 ▲상수원오염 ▲산사태 ▲산불 문제 등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기후변화로 ‘지속가능한 개발’을 지향하는 시대의 흐름에도 위배 된다.
천현동 한 주민은 “지금도 중부고속도로의 분진으로 비닐하우스가 새까만데 민자고속도로까지 개통된다면 앞으로 빛 반사나 소음, 분진 등 더 큰 고통에 시달릴 것이 불 보듯 뻔하다”라며 하소연했다.
이대로라면 천현동 주민은 삶의 터전도, 자연환경도 모두 잃게 된다. 하남지역 주민들의 반대수위가 높아지는 이유다. 특히, 사업구간 반경 80m에는 성철스님의 사리탑을 모신 하남 정심사도 있어 자칫 신도들까지 사업에 반대하고 나설 공산도 크다.
이런 속사정도 모르고 ‘하남-남양주 중부 민자고속도로’ 반대 기사에는 ‘하남시 주민들은 이기적’이라는 댓글만 달리고 있다.
이쯤 되면 국토부 장관은 난항을 겪고 있는 하남의 고속도로-미사의 ‘수석대교’, 감일의 ‘서울~양평고속도로’, 천현동의 ‘하남-남양주 민자고속도로’를 위해 양평만 방문할 것이 아니라 ‘하남’의 목소리를 들으러 와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