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혜 시민기자. >
코로나19로 발목이 잡혔던 해외여행이 엔데믹 선언 이후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의원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그동안 잠잠했던 해외연수가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상황이다.
여기 경기 광주시의회 의원들이 있다.
광주시의회에는 주임록 의장을 비롯한 11명의 시의원이 39만여 명의 시민을 대표하고 있다.
광주시와 광주시의회 등에 따르면, 광주시의회는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11명의 의원 모두와 의회 사무국 직원 9명 등 20명이 호주와 뉴질랜드에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경비는 총 9천 465만 원으로 1인당 473만 원이 들어갔다.
이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방문목적은 ‘선진 도시환경·재생 분야 정책 현황 벤치마킹’으로 공식 방문 기관은 ▲오클랜드대학 ▲데이브레이크 시니어 데이케어(노인복지시설) ▲위더스케어(장애인복지시설) ▲시드니라이드시의회 등이며 나머지는 현지 탐방이다.
특히, 공식 일정이 어려운 주말은 시드니 동물원, 블루마운틴 국립공원, 모레 썰매 타기, 돌핀 크루즈 등 관광 위주의 일정으로 채워졌다.
이에 지난 26일 경기 광주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번 해외연수를 ‘외유성 관광’이라면서 세비 환수를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광주시의회는 “시각에 따라 관광성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라는 애매한 입장을 내놨다.
해외 우수사례를 벤치마킹해 각 자치단체에 맞게 적용해 시민의 삶이 질 향상을 끌어내는 등의 해외연수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또, 이들이 연수 중 잠시 짬을 내 관광을 한 것도 십분 이해가 간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
이들이 해외연수를 간 시점은 전국적으로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물난리 사태가 한창일 때라는 것이다. 11명 시의원 모두와 총 25명의 의회사무국 직원 중 1/3이 자리를 비우면서 무려 일주일이라는 시간 동안 의회가 텅 비게 됐다.
파주시의 경우도 ‘외유성 해외연수’ 논란이 있었지만, 의회 규칙상 전원이 비울 수 없기에 의원 한 명을 남겨놨다.
한 시민은 “작년보다 다행히 호우 피해가 없지만 작년 비 피해도 큰 것만 막아냈지 보수가 다 끝나지 않은 걸로 안다.
의회에 의원 하나 남겨 놓지 않으면 집중호우 피해가 생길 때 시민들은 어디에 호소 할 수 있겠는가? 피해지역은 누가 들여다보겠는가?”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자신을 학부모라 밝힌 시민은 “타지역은 학생들 해외연수를 보내주던데 광주시는 보내는 걸 단 한 번도 본 적 없다”며 교육지원에도 문제로 삼았고, 또 다른 시민은 “시의원들이 매년 해외연수를 다녀오는 걸로 안다.
하지만 다녀온 지 6개월도 안 된 상태에서 또 나가고, 심지어 장마 기간에 나가니 어느 시민이 좋아하겠는가. 더구나 제대로 된 성과도 없다.
행정 감사라도 잘했으면 좋겠다. 광주시에 축제성 행사가 많은데 새는 돈도 많다고 한다”며 또 다른 문제도 제기했다.
아직도 ‘선진’이라는 단어에 현혹된 기초자치단체장의 무지함을 문제 삼고 싶다.
요즘 학부모연수에 오는 대부분 강사는 우리나라를 선진국 ‘6~7’위로 지표를 제시한다.
농경시대, 개발도상국 시대에 교육받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지금의 청소년들은 선진 대한민국에서 자라나고 있는 셈이다.
더 이상 선진문화·정책을 위해 해외연수가 능사는 아니며, 우수 지방자치단체를 견학하고 공생하는 것이 더 유익할 수 있다.
꼭 해외연수가 필요하다면 사전에 필요한 기관과 접촉해 화상회의 등을 통해 심도 있는 논의 과정을 거친 뒤 짧은 시간 효율적인 답사와 결과물을 제시해야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민은 이미 똑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