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혜 시민기자>
최근 하남시에는 두 번의 큰 사건이 있었다. 15일에 발생한 40대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과 미사 경정공원에서 23~24일에 예정된 ‘슈퍼 팝(Super Pop)’페스티벌을 위한 무대 설치 중 8명의 근로자가 20일 중경상을 입은 일이다.
특히, ‘슈퍼팝(Super Pop)’ 페스티벌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관내 주민들의 SNS에 실시간 기사가 공유되기도 했다. 당황스러운 것은 인원 및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6명이네, 9명이네’ 하는 사고인원부터 중상자 상태까지 모든 언론사의 보도가 조금씩 상이(相異)하기도 했다. 그만큼 하남문화재단이 이번 행사에 공동주최이기는 하나 몇 명의 근로자가 작업을 하고, 어떤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는지 실질적인 관여를 전혀 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일부 주민들은 이런 난제(難題) 속에 24일에 열릴 ‘시민의 날’ 행사를 취소해야하는 건 아닌지 의견이 분분(紛紛)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정대로 ‘제34회 하남시 시민의 날’이 14개 동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5년 만에 개최됐다.
이현재 시장은 기념사에서 10여 분 동안 ▲교통 ▲그린벨트해제 ▲기업유치 ▲K-스타월드 등 지난 1년간 치적(治績)을 하나하나 나열했고, 덕분에 시민들은 뙤약볕에서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또 “시장의 자리는 경험하는 자리가 아닌 증명하는 자리”,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것이 시장의 책무”임을 강조하며 자리를 견고히 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나,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회의 발언은 달랐다.
강성삼 시의장은 “하남이 좋은 도시로 평가 받는 것은 시민과 공직자들의 노력”임을 밝히며, 급성장한 하남이 좋은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법치가 바로 서고 복지가 더해지는 도시▲공동체의 안전모색 ▲민생을 돌보는 도시로 연대와 포용의 정신을 강조했다.
더불어 최근 미사경정공원 사고를 겨냥한 ‘공동체의 안전모색’ 발언과 함께 ‘미사2동행정복지센터 고(故) 이상훈 팀장을 직접 언급하며 삼가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정지원의 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생각났다. ‘시민의 날’ 단상에서 단 한 번 고인의 이름이 언급됐지만 추모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위안이 됐을 것 같다.
꽃보다 아름다웠던 고인을 애도하고 그의 가족과 동료를 위로하는 ‘꽃보다 아름다운’ 시의회였다. 에둘러 표현했어도, 미사 경정공원 사고 역시 즐거운 ‘시민의 날’ 행사임에도 마음 한구석에 숙연함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인 듯하다.
21일, ‘슈퍼 팝(Super Pop)’ 페스티벌 관련 대책으로 시는 ▲부상자 관리 ▲피해 외국인 가족체류 지원 ▲상해보험 지원 안내 ▲생활안전 및 심리치료 안내 ▲피해현장 수습 복구지원을 마련했다.
사실 이번 공연에서 시는 민간 기업이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만 해주고 그에 따른 명분만 챙기는 행사였다. 즉, 실리는 없는 사업이었다.
결국 ‘무상으로 외양간을 빌려줬더니 남이 소도 잃고 외양간도 부숴놨는데 내가 고쳐야 하는 꼴’이라는 불명예만 남겼다.
시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인도적 차원에서 사고 근로자를 지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애초에 면밀하지 못한 관리 감독과 얄팍한 명분 챙기기는 결국 시의 명예를 실추시켰고, 시민의 혈세로 사고를 수습하게 된 셈이다.
지난 10개월간 시민 기자로, 어머니감시단으로 하남시를 바라볼 때, 타 시에 비해 정책이 역동적인 것을 넘어 숨 가쁘게 돌아가는 듯한 생각이 들곤 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에 제동을 걸거나, 면밀하게 따져보는 사람이 없어 의문이 들기도 했다. 어쩌면 이번 일련의 사건이 과유불급(過猶不及)으로 발생한 건 아닌지 하는 문제도 조심스레 제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