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혜 시민기자.>
지난달 26일 하남시청에서 ‘제27회 노인의 날 기념식’이 개최됐다. 식전(式典)에 앞서, 평소대로 사회자의 내빈소개가 있었다. 하남시장을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 시도의원들이 인사했고 여기에 추가로 여당 국회의원을 특별히 소개했다. 나머지 내빈들은 이후 노인회장이 소개를 할 예정이라며 식을 진행했다.
이후, 김선배 하남시지회 노인회장은 기념사에서 “참석하신 여러분 한분한분 소개를 해드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점 미안하게 생각 한다”며 나머지 내빈 소개를 생략했다. 잠시 뒤, 강성삼 시의장은 본인의 축사 순서가 되자 “몇몇 내빈들이 빠진 것 같다”며 4명의 내빈을 추가로 소개한 뒤 말을 이었다.
한편, 이날은 특별히 소개된 여당 국회의원이 마이크까지 잡고 인사말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웃지 못 할 ‘해프닝’이다. ‘눈치 게임’이 시작된 것 같다. 추석 전, 각종 현수막에 ‘이름 알리기’를 시작한 정치인들의 본격적인 진흙탕 싸움인 것 같다.
그동안 누군가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 각종 행사와 모임에 참여하여 시민들과 교감하기 위해 애써 왔다면, 이날의 해프닝은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 빼는’ 듯한 상황에서 시작된 듯하다.
또 행사의 주최자인 호스트(Host)가 나머지 내빈 소개를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게스트(Guest)가 와서 주인처럼 일부 남의 집 식구를 포함하여 내 식구 소개도 했다. 이는, ‘일단 내 식구 밥그릇부터 챙기고 보자’로 자칫 무례해 볼 일 수 있다.
이 행사에서 굳이 내빈 소개 기준을 따지자면, 현직과 아닌 사람의 차이(差異)를 두어 구분 지었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마이크까지 쥐어줄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행사의 주최자로써 나머지 내빈 소개 정도는 아량(雅量)으로 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야 인사하러 온 내빈들도 무안하지 않을 것이다.
게스트(Guest) 역시, 행사의 주최자가 원치 않는데 내빈 소개하는 것은 월권(越權)일 수 있다. 행사 주최자에게 예의상 한번이라도 양해를 구했다면 보기 좋았을 것 같다.
인구 노령화, 기대수명 연장, 저출산으로 인한 노인인구증가는 이 날 행사가 정치인들에게 속된 말로 ‘표밭’인 중요한 자리일 수 있다. 그런 자리에 누군가에게는 쉽게 곁을 내어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무안한 자리가 되었다. 무엇보다 이런 매끄럽지 않은 진행의 불편함은 오롯이 참석한 행사의 주인공인 ‘노인시민’ 들의 몫이 되었다.
올 가을, 뜻이 있는 정치인 모두가 ‘선거’라는 긴 마라톤을 시작했다. 달리다 보면,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 또 각자의 체력과 역량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운(運)’이 따라주기도 한다.
함께 달려주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마라톤 등에서 30km까지 함께 뛰어주면서 기준이 되는 속도를 만들어주는 선수)가 있는 선수에게는 좀 더 수월한 게임을 수 있다. 각자의 상황이 모두 다른 셈이다.
그러나 모두에게 출발선은 같아야 한다. 앞으로 공적인 행사에서 만큼은 주최 측이 모두에게 공평(公平)한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게스트가 주인처럼 나서는 무례한 ‘해프닝’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