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혜 시민기자. >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많은 교사가 허탈감과 자괴감에 힘들어했다.
지난 13년간 학부모로서 각 위원회와 장(長)을 맡으면서 지척(咫尺)에서 악성 민원에 시달려 온 교사들을 종종 봤다. 하지만 당사자가 아닌 내가 그들의 입장을 백 퍼센트 공감하고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최근 교사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을 보며 그동안 학교에서 발생한 몇몇 큰 민원들이 떠올랐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나와 함께 한 교사 중 이런 상황에서도 극단적인 선택까지 가지 않아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도, 나는 서이초 교사 추모 기사 외에는 어떠한 나의 경험과 입장도, 가까운 교사들의 심경에 관한 기사를 쓴 적이 없다. 이런 기사 한 줄, 단어 하나가 그들의 심정을 다 담아낼 수 없고, 도리어 아는 척하는 것이 민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각종 ‘교권 확립’ 지지 현수막도 내걸지 않았다. 일부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전체 학부모를 부정적(否定的)인 존재로 간주하는 억울함(?)도 있지만, 악성 민원 학부모와 나를 구분 짓는 것이 아닌 같은 학부모로서 그들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간접적으로나마 도덕적인 책임을 지고 싶었다. 학부모가 ‘민원으로 병(病) 주고’, 지지 현수막으로‘약(藥) 주는’ 우스운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나의 민원이 어떤 교사에게는 악성으로 느껴지지 않았을까?’라는 자기반성(自己反省)을 하며 그저 침묵하며 마음으로 지지할 뿐이다. 말은 또 다른 말을 낳고 오해와 혼란만 불러일으킨다.
지난 9월 15일 하남시 미사 2동 행정복지센터 A 팀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B 일간지에 따르면, A씨는 ‘과도한 민원’ 업무에 시달린 의혹을 제기(9월 19일 자) 했으며, 유족들은 고인(故人)이 주민들로 구성된 각종 자치단체로부터 이견 조율 과정 중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의혹이 제기된 민원인 중에는 관련 없는 SNS 단톡방에 해당 기사를 공유하며 ‘고인과 유가족을 위해 명예 회복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글을 쓰기도 해 불편함을 조성하기도 했다. 또 의혹이 제기된 단체에서는 해당 언론사에 ‘기사 삭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유가족들은 악성 민원 제기 의혹 단체의 관계자를 상대로 고발장을 접수한 상태이다. 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하남시지부에서는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받고 있고, NGO 민간 단체인 공정언론 국민감시단 어머니 감시단 하남 본부에서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성명서를 받고 있다.
5일 평생교육원에서 진행한 ‘하남시 명사 특강Ⅱ-한마디 말로 우리는’에서 이금희 아나운서는 이런 말을 했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눈에 흰자가 있어 눈만으로도 감정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하다’라는 말보다 ‘행복한’ 표정을 믿어라”라며, “대화는 상대방이 누군지 보고 하는 것이다. 표정을 읽고 나의 한마디 말로 그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라고 했다.
고인의 입에서 나온 ‘힘들다’라는 말에 그의 표정은 놓치지 않았나 싶어 안타깝다. 또 어떤 말 한마디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몰고 간 것이 아닌가 싶다.
더 가슴 아픈 것은 발로 뛰시는 이현재 시장의 측근이라는 소문이 아니길 바라지만 이 시장을 선택한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멘다. 더욱이 시는 이 사건이 조용히 넘어가 갈 바란다는 말이 돌고 있어 고인에 설움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고인의 장례식장에서는 동료 남자 공무원들이 많이 울었다고 한다. 동료로서의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 한 가정의 가장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또래로서 동질감 등 많은 감정이 뒤섞였을 것이다. 또 공직자로서 허무함과 박탈감이 들었을 것이다.
반복되는 사건은 일종의 ‘사회현상’이라 간주할 수 있다. 사건에 대해 경찰은 수사 중이나 결과를 떠나 이런 사회 현상에 모두가 ‘나는 도덕적 책임이 없을까?’, ‘나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을까?’ 돌아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