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용 기자.>
전자정부가 시작되면서 공무원은 행정 전산망을 통해 수월한 행정업무를 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국민들은 직접 가지 않아도 민원 관련 업무를 사무실, 집 등에서 보는 게 가능해지면서 민원 서류 발급 등이 편리해졌다.
그러나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행정 전산망이 3일간 마비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대국민 행정 민원 서비스인 ‘정부24’와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 ‘새올’이 장애가 발생해 민원서류 발급에 혼란을 겪었다. 행정 서비스의 공백이 생긴 것이다.
행정전안전부는 사태 발생 후 일주일간 원인 분석을 위해 TF팀을 구성해 분석 결과를 공유하는 와중에 23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L4 스위치’에서 장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네트워크 장비는 이중화가 되어있었지만, 이중화된 장비 또한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히며 여·야 의원들의 세부 원인 등에 대한 질의에 즉답을 피했다.
이런 상황 속 질의 당일 조달청 ‘나라장터’가 1시간 동안 접속되지 않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행정 전산망 관리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물길을 막았는데 옆에서 또 한 번 터진 격이다. 이에 대해 대부분의 IT 전문가들은 정확한 원인을 예측하며, 이중화와 장비 교체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또, 사태 직후 정부의 대응과 원인 파악이 뒤늦은 점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으로 각 언론매체에 보도되면서 행안부의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전체 회의시 행안 위원들이 "이번 사태가 디지털 재난 수준으로 보느냐"라는 질문에 고기도 행안부 차관이 "다음날 바로 복구 됐기 때문에 디지털 재난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아 행안부는 이번 사태를 재난 수준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다. 또 일주일 간 원인을 내놓지 못하니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대응책 마련도 오리무중의 상황으로 진입했다.
이런 전개로 이번 ‘국가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는 ‘IT 강국’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큰 교훈으로 다가왔다. ‘IT 강국’이라는 포장을 걷어내 보니 실상이 나온 것이다. 중앙 집중화된 서비스 제공에 고질적 문제와 관리 및 대응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지난해 11월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를 생각하면 더욱 비참한 현실로 다가왔다. 고가용성(High Availability)을 추구하는 서버 관리 및 대응에 중요성이 강조된 시점에서 1년 뒤 되풀이된 것이다. 물론 세세한 상황은 다르지만, 유사점이 많다.
서버에 문제로 많은 국민들이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고, 내로라하는 서버, 보안 등 it관련 전문가들이 있었음에도 복구 시간은 매우 늦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보다 빠르긴 했지만 하루 이상의 시간을 기다리며 많은 사람들이 행정 서비스를 받지 못했다.
당시 정부는 “카카오톡은 국가 기간통신망이나 다름없다”며 서버 마비에 대한 문제를 크게 지적한 바가 있어, 이번 사태에 많은 국민과 언론의 지적이 잇따랐다.
또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 정부위원회’는 부산 벡스코에서 ‘정부혁신, 디지털플랫폼 정부와 함께’를 주제로 박람회를 개최해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섣부른 원인 추정이나, 신속한 대책 요구를 자제해야 한다 의견과 정확한 정부 발표가 나온 후에도 비판해도 늦지 않는다는 여론도 있다.
그렇지만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카카오 서비스 중단’과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한 정부의 책임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책임은 이른 시일 내 사태 재발 방지 정책 등을 내놓는 것뿐이다.
이번 사태는 민간 IT 기업이 아니라 국가 행정전산망의 공백의 문제로 국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이유도 모른채 중단됐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점이 이번 사태를 쉽게 보면 안되는 이유이며, 많은 전문가들이 장애 발생 원인을 묻는 이유이다.
부디 정부당국은 하루빨리 대응책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