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 성과공유회'에서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이 토크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수원특례시)>
도시는 획일적이지 않다. 각 도시가 처한 환경이 다르고,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모두 다르다. 마찬가지로 도시에서의 삶도 획일적일 수 없다. 주민들이 살아가는 일상과 해결하고픈 문제도 가지각색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마을만들기는 효과적이다. 올해 수원시에서 마을 주민들이 공동체의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만들어 낸 마을만들기 사례를 소개한다.
◇ 주택밀집지역에서 음식물폐기물 관리 성공한 ‘지동’
수원의 대표적인 구도심으로 손꼽히는 팔달구 지동 주민들은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을리빙랩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단독 주택이 밀집된 주택가에서 음식물 쓰레기 문제는 골칫거리다.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둘 특정한 장소가 있는 아파트와 달리 음식물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내 집 앞에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양이와 까마귀 등 동물이 봉투를 찢어버리면 보기에 좋지 않고 냄새가 진동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동 동쪽마을에서는 리빙랩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4월부터 60세대가 참여한 마을기획단이 구성됐고, 에코스테이션과 RFID기기 설치를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기획단은 대상지를 선정하기 위해 현장조사와 주민 동의 절차, 주민설명회 등을 거쳐 느티나무 보호수 옆을 최종 확정했다. 6월 이후에는 문제 해결을 위한 본격적인 실험을 진행했다. 매주 수요일마다 음식물 배출량을 체크해 마을이 일주일간 평균 200리터의 음식물을 배출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 기계 용량도 결정했다. 에코스테이션 푯말 디자인과 홍보도 직접 하고, 올바른 사용과 분리배출을 위한 교육과 벤치마킹도 추가했다.
주민들은 리빙랩으로 설치한 공동 에코스테이션에 대해 크게 만족했다. 편리하고 주변 환경이 깨끗할 뿐만 아니라 봉투로 버리던 이전 방식보다 비용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주민자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순서를 정해 정기적으로 청소와 보수를 하며 아파트처럼 깔끔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 ‘탄소중립 실천하는 동쪽마을 지동-음식물 폐기물 잘 버리기’ 사업은 2023년 마을만들기 공모사업 성과공유회에서 우수사례 중 대상으로 선정됐다.
◇ 식재료 업사이클링의 가능성 발견한 ‘권선1동’
권선구 권선1동에서도 주민이 제안한 마을리빙랩 사업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수원에 신선한 청과와 수산물을 공급하는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이 위치한 마을의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사업으로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은 사례다.
권선1동 마을리빙랩 사업의 핵심은 식재료다. 외관으로 인해 상품가치가 떨어져 도매시장에서 판매되지 않고 버려지는 못난이 식재료를 활용할 방법을 찾고자 했다.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고 버려지는 청과류를 처리하면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지난 2월 구성된 기획단은 마을 자원을 활용한 사업을 구상해 사업의 세부 내용을 도출했다.
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과 협약을 맺고 매월 버려지는 농작물을 공급받기로 했으며, 현장방문을 통해 어떤 재료들을 받아 음식물로 만들지를 고민했다. 매실청을 비롯해 매월 제철 과일청을 만들고, 오이와 깻잎 등 채소를 활용해 장아찌를 담갔다. 토마토가 버려지는 시기에는 케첩도 제조하고, 곤약젤리, 물김치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었다. 못난이 과채들을 음식물로 업사이클링한 것이다. 12번의 푸드 업사이클링 활동에 180여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만들어진 음식은 공유냉장고에 채워두고 누구나 가져갈 수 있었다. 인근 독거노인이나 한부모 가족 등 취약계층을 위해 나눠주기도 했다. 시음회와 지역축제, 박람회 등에서 마을자치 사업을 홍보하는데 활용돼 나눔 문화 확산과 탄소중립에도 기여했다. 권선1동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은 2023 마을만들기 공모사업 중 최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주민들은 향후 이 사업을 사회적협동조합 형태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 골목길 화재 위험 줄이는 미니소방서 만든 ‘파장동’
장안구 파장동은 주민들이 마을의 문제를 함께 공유하며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적절한 대안을 만들어 낸 마을리빙랩 활동으로 2023년 마을만들기 공모사업 우수상을 받았다.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골목에 소화기를 비치한 ‘미니소방서’를 설치한 것이 핵심이다.
파장동은 구도심 주택밀집지역의 특징을 그대로 갖고 있는 동네다. 차량이 양방향으로 통행할 수 없을 정도로 좁은 골목길이 많기 때문이다. 화재 발생 시 좁은 골목으로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워 초동 진압에 실패하면 큰 화재로 이어지기 쉽다. 주택이 밀집한 것 역시 화재를 키우는 요소다.
파장동 주민자치회는 올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을리빙랩 활동을 시작했다. 소방차가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공용소화기를 설치해 화재 대응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미니소방서’를 만들기로 아이디어를 모았다. 화재로부터 안전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우리동네 미니소방서 추진단에는 40명의 주민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전에 파장동에서 발생했던 화재 이력을 조사하고, 취약지역을 파악했다. 마을의 사정을 잘 아는 통장 등의 추천을 받고 화재안전설문조사를 통해 미니소방서를 설치해야 할 대상지를 발굴했다. 수원소방서는 물론 소방행정 전문가를 현장으로 초청해 자문을 받아 15곳의 미니소방서 설치 장소를 결정했다. 빗물이 고이지 않고 쓰레기 투기도 방지할 수 있도록 지붕을 둥글게 디자인하는 것까지 세심하게 정했다.
주민자치회는 화재로부터 안전한 마을만들기를 위해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북수원시장 주변에 설치된 미니소방서를 표기한 지도를 제작했다. 또 현직 소방관으로부터 이론과 실습을 겸한 화재안전교육과 가상훈련까지 실시하며 초기에 실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우수사례로 인정을 받았다.
◇ 소통과 협력으로 함께 만드는 주민주권 ‘매탄3동’
각 동의 실정에 맞춰 자치활동을 할 수 있는 마을자치회 활동은 매탄3동이 우수 사례로 꼽힌다. 영통구청이 속해 있는 매탄3동은 주민자치회 활동으로 내년도 마을자치계획을 수립해 우수한 마을자치 사례로 평가받았다.
매탄3동 주민들은 마을의 좋은 점과 아쉬운 점, 필요한 것 등을 함께 고민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네 번의 워크숍을 진행하며 마을의 비전과 계획을 다듬었다. 3개 분야를 나눠 마을이 가진 다양한 자원과 환경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또 분야별 주요 의제를 정리한 뒤 주민 투표를 통해 ‘소통하고 함께하는 이웃사촌’이라는 비전을 선정했다.
이어 매탄3동 마을자치회는 9대 의제도 설정했다. 사회교육안전분야 ▲청소년 문화축제 개최 ▲청소년 공간 발굴 프로젝트 기획 및 실행 ▲안전한 마을학교를 위한 공론장 마련이 선정됐다. 또 문화체육복지분야는 ▲어르신 장수사진 찍기 ▲지역교류 직거래 프로그램 운영 ▲‘매여울 벚꽃축제’ 연 1회 정례화가 결정됐다. 마지막 마을환경공동체분야는 ▲‘매탄3동 둘레길 마을계획단’ 구성 및 활동 ▲매여울어울림터(나눔장터) 확대운영 ▲매탄3동 주민통합 온라인 소통창구 만들기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단계별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눈길을 끈다. 지난 7월 마을총회 투표에서 1~3위에 오른 의제들을 마을 단위 축제를 통합해 역량을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내년도 마을계획에 포함된 매여울 어울림터(나눔장터)를 확대 운영하고, 마을의 자랑인 벚꽃 축제와 청소년 문화축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것을 기반으로 점차 축제들을 연계해 나가겠다는 의지다. 이어 3년차인 2026년에는 나눔장터와 벚꽃축제, 청소년 문화축제 등이 모두 연계된 통합 축제로 마을 화합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다.
◇ 마을만들기 주민제안 사업으로 공동체를 가꾸다
수원시는 올해 수원도시재단을 통해 주민들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지원했다. 주민제안 공모를 통해 마을리빙랩과 마을자치활동, 공동체활성화 등 3개 분야에 49개 사업을 선정, 주민들이 직접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 마을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찾고(지동), 마을 자원을 활용해 나눔을 실천하고(권선1동), 마을 골목을 지키는 미니소방서를 설치하고(파장동), 마을의 앞날을 계획하는 것(매탄3동) 등이 주민제안 사업 중 우수사례로 선정된 것이다.
이 밖에도 마을만들기 사업 중 영화동과 행궁동, 화서2동은 공동체활성화 분야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돼 수상 마을에 이름을 올렸다.
영화동에서는 ‘영화도시농부’라는 단체가 마을텃밭 만들기를 추진했다. 마을 골목길에 방치돼 쓰레기가 나뒹굴던 공간에 16명의 주민들이 봄부터 텃밭을 조성했다. 봄에 초화를 심어 미관을 정돈하고 열무를 심은 뒤 여름에 작물을 수확해 김치와 반찬을 만들어 50여가구에 나눴다.
행궁동(매향동) 일원 주민 40여명이 만든 공동체 ‘매향사모(매향동을 사랑하는 모임)’는 침체된 골목길 살리기에 나섰다. 자발적인 마을 청소와 화단관리, 손바닥정원 만들기 등에 주민들이 꾸준히 참여하고, 소통프로그램도 진행해 마을을 더 깨끗하게 만들었다.
화서2동 주민들의 모임인 ‘5070해피라이프’는 14명이 참여해 마을 공원 중 하나인 황새말 공원을 단장했다. 참여 주민들이 각자 반려식물을 키우고, 월 2회 놀이터를 관리해 10월 말 품평회를 겸한 마을잔치를 열었다. 주민들에게 힐링을 선물하고 어린이들에게 안전한 놀이공간을 만든 사례였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마을만들기가 일상에 온전히 뿌리를 내리고, 자치와 분권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든든히 뒷받침하겠다”며 “주민들이 주인이 되어 마을과 수원을 넘어 대한민국을 새롭게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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