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혜 시민기자>
2023학년도 교육계는 매우 정신없는 해 였다. 마스크 없이 4년만에 정상교육이 진행됐으며, 수능을 몇 달 안 남기고 킬러문항 삭제라는 혼선을 빚기도 했다. 또 ‘공교육 멈춤의 날’도 있었다.
지난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동참하는 일부 학부모들이 체험학습 신청으로 뜻을 함께 한 반면, 그렇게 하지 못하거나 하지 않은 학생들은 등교를 했다.
이에 교사 부재(不在)에 따른 안전 문제 등을 위해 학생 관리 차원에서 A초교 학부모회 대의원과 전년도 학부모회 임원이 자원하여 나섰다.
자원한 학부모들은 본인 자녀가 없는 학년에서 2~3반씩 관리를 하게 됐고, 아이들은 ‘학교폭력’관련 영상을 2교시 동안 시청하고, 남은 2교시는 환경 퍼포먼스 공연을 관람했다.
학교 측에서도 교육적이면서 재미있고 수준 높은 공연을 섭외하여 아이들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해주었다.
학급에서 서로 다툼이 일어나지 않게, 또 쉬는 시간 사고가 나지 않게, 줄을 세워 이동을 잘 할 수 있도록 하는 건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름 반마다 규칙이 있어, 영상을 볼 때는 키 큰 친구는 자리를 옮기거나, 이번 달은 줄을 서서 이동할 때 남자가 먼저인 반도 있고, 급식 때 자리에 앉는 방법도 달랐다. 불만이 폭주했지만, 아이들에게 “오늘 하루는 어쩔 수 없는 날”이라며 양해를 구해야만 했다.
또, 장난치는 학생에게 주의를 주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왜 내 아이에게 그렇게 주의를 줬냐”고 학부모민원이 들어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교사에게도 민원을 넣는데 하물며 학부모에게 민원 넣는 것은 더 쉬운 일 아니겠는가? 이건 봉사하고도 욕먹기 딱 좋은 상황이다.
내가 맡은 3개의 반에서는 마지막 시간, 칠판에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을 담은 메시지를 적고 끝냈다. 아이들은 ‘선생님 너무 보고 싶어요’, ‘선생님 안 계셔서 너무 힘들어요’, ‘말 잘 듣겠습니다’ 등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자원봉사를 마친 학부모 A씨도 “반나절 아이들 보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것까지 하시니 얼마나 힘들까 싶다”며 쉰 목소리로 교사의 직업고충과 존경심을 표했다.
사실 나는 ‘공교육 멈춤의 날’을 지지 하는 학부모이다. 그간 학부모회 활동을 하면서 민원에 시달려온 학교와 교사의 모습을 많이 봐 왔고, 교사라는 직업이 사명감(使命感) 없이 하기 힘든 일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체험학습으로 뜻을 동참하지 않은 이유는 이 날 하루만큼은 교사에게 ‘위로’의 시간이 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는 교사존재 자체에 ‘감사’함을 느껴보길 바래서다.
지금껏 교사들이 특정 성향을 가진 단체 위주로 움직였다면, 이번 ‘공교육 멈춤의 날’은 다르다. 개인적이고, 자발적이었으며 그들의 자존심인 사명감은 위태로웠으며, 토해내고 싶은 울분은 매우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창 시절을 돌아보거나, 아이들의 선생님을 떠올려보면 나 혹은 내 자녀와 딱 맞는 교사를 매년 만나기 어렵다. 학교란 성년이 되기 전 안전망 안에서 사회생활을 배워 나가는 곳으로 하기 싫어도 해야 할 일에는 책임을 가져야 하고, 싫은 사람과 지내는 법도 배워야 한다.
‘이번 선생님은 우리 아이에게 별로야’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을 아이가 지혜롭게 대처하고 마음을 통하게 하는 방법도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 아이가 나갈 사회가 이보다 더 힘들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또 아이가 사회에서 독립적인 하나의 인격체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성장 시켜주는 것도 우리의 역할임을 알고 있다.
올해 교권 강화를 위해 교육부, 교육청도 대책을 세우고 법안을 만들며 노력하고 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결국 사제(師弟)관계를 법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모든 학부모가 교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학부모의 과한 행동이 전체로 보여 질 수 있어 우려된다. 그래도 한번은 돌아보자. 나도 교사를 힘들게 한 적은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