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시의회가 24년도 9천413억 원 예산을 1일부터 심의하고 있다. 이현재 시장은 재정 악화로 24년 예산편성은 감소했지만 ‘다양한 시민 생활에 밀접히 관련된 요구를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했다.
<권영혜 시민기자>
강성삼 의장은 경제 침체로 세수가 줄어든 만큼 ‘세금을 아끼고, 서민은 보듬고’ 기조로 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사 호수공원 음악분수 교체’이다. 2019년 조성되어 운영 중인 이 분수대는 기존 36m 크기의 분수대를 철거하고, 최대 높이 50m, 규모 60m로 확대 설치를 계획을 하고 있으며, 59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하지만 예산 책정부터 모순이다. 2019년 49억 원의 분수대가 규모를 약 2배로 늘리면서 59억 원을 책정했기 때문이다. 물가 상승 대비와 규모를 고려하면 120억 원 정도 해야 옳다. 이는 추경예산을 염두하고 일단 예산 통과만 해보자라는 ‘눈 가리고 아웅’ 밖에 되지 않는다.
더구나 시설 유지비도 매년 9천만 원소요 됐는데, 규모가 커진다면 2배로 들어갈 것이다. 미사 호수 자체가 물의 깊이도 얕고, 장마 등으로 인한 퇴적물이 쌓이는 등 환경 면으로도 조건이 좋은 곳은 아니어서 시설 보수비용도 꾸준히 들어가는 곳이다. 새 분수가 설치된다고 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또, 미사 호수공원 분수는 코로나 팬데믹 영향도 있지만 현재 200번 정도 가동했기 때문에, 따져보면 한 번에 약 2,500만 원짜리 분수 쇼를 해 온 셈이다.
노후화되고 사용이 불가하다면 당연히 새로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11억의 예산으로 고쳐 사용할 수 있다면, 일단 보수 후 시기와 상황에 맞춰서 해도 늦지 않다.
더구나 시는 ‘K-스타월드’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인데, 여기에 맞춰 컨셉이 정해진 뒤 조화롭고 통일성 있는 분수로 교체한다면 좀 더 세련된 도시로, 하나의 테마가 완성된 경쟁성 있는 도시로 변모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을 들어보지도 않고, 고려하지도 않은 채 미사 시민들은 시의회 홈페이지에 민원을 넣고,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SNS에서 험담하는 등 민생 챙기기를 바탕으로 예산안 심의로 바쁜 의회를 흔들고 있다.
시의원으로서 전체를 들여다보고 순리대로 결정해야 할 일에 미사 주민들은 ‘표밭’임을 내세워 의원들을 위협하고 있다. ‘미사’가 곧 하남인 듯. 시의 전체 행정 상황을 무시하고 ‘지금 아니면 안 된다’, ‘우리 먼저 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이며, ‘지역이기주의’인 셈이다.
음악분수로 ‘명품 도시 미사’를 만들겠다는 미사 시민 A 씨의 발언은 이를 반증(反證)하는 듯하다.
미사와 위례를 놓고 보자면 같은 시기 신도시 조성되었음에도 위례의 인프라는 한참 뒤처져있다. 노후화된 원도심의 재정비도 시급하다. 감일은 올해 말에 끝났어야 할 하천 정비가 아직이어서 황폐해진 상태이다.
이번 일에 있어서 시도 반성해야 한다. 긴축 재정이며 어려운 가운데 민생을 챙기겠다면서, 중기지방재정계획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미사의 입맛에 맞춰 예산안을 내놓은 것 자체가 무책임하다.
또, 만약 이 사업이 예산 통과가 되지 않아 무산된다면, “시는 추진하려 했으나, 의회에서 잘랐다”는 책임회피와 핑곗거리를 대기에 딱 좋은 시나리오이다.
공원녹지과 역시 과부하다. 하남은 크고 작은 공원이 많아 관리도 어렵고 그에 따른 민원도 많다. 미사 호수공원 분수 같은 곳은 외주를 주어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가정에서 가전제품, 차량이 오래됐다고, 망가졌다고 쉽게 바꾸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모두가 고쳐 쓰고 수리비와 구입비 사이의 합리성을 따져보고, 현 경제 상황과 물가를 고려하며 결정하지 않은가? 내 집 살림은 아끼면서 시의 살림은 이기적으로 쓰는 것은 과연 옳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