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곡천 하천에 물이 말라 웅덩이가 졌다. (사진=동부권취재본부)>
경기 하남시를 가로지르는 두 개의 하천 산곡천과 덕풍천이 죽어가고 있다. 생태하천 복원사업에 나선 지 1년 만에 펌프시설 교체비용을 삭감하면서 과연 하남시가 생태복원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마저 든다는 지적이다.
남한산에서 발원해 한강 팔당대교 인근까지 흐르는 산곡천과 덕풍천은 사시사철 변화무쌍한 경관을 보여주면서 하남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벚꽃 명소로 이름을 날리면서 인근 서울시‧경기도민까지 찾아와 화려한 자태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다 가는 곳이다.
건강한 하천 생태환경이 만들어지게 된 것은 지난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민과 하남시 등에 따르면, 산곡‧덕풍천은 환경부 생태하천복원 시범사업으로 지정받아 2013년 3월 착공해 2015년 7월경 펌프시설을 이용해 유수를 흘려보내면서 사계절 물이 흐르게 됐고, 한강의 어류가 산곡‧덕풍천 상류까지 회유하면서 건강한 수생태계가 형성됐다.
<돌 위로 올라와야 하지만 물이 마른 상태로 이끼가 들어나있다. (사진=동부권취재본부)>
주민들은 “준공 이후 산곡‧덕풍천의 치수 및 이수기능을 살려왔고 하천의 수질을 정화하고 자정능력도 향상시켜 왔다”라면서 “하천의 생태적 기능을 회복하고 친수 환경을 조성해 도심 내 녹색 휴식 공간 및 아름다운 하천 경관을 즐겨 왔다”라고 회상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두 개의 하천 모두 물이 말라가는 건천화가 지속되면서 수생식물을 비롯해 이곳에 서식하는 민물고기들조차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인근 주민들은 고장으로 멈춰 선 펌프에 그 이유를 두고 있다. 앞서 설치한 펌프시설 중 단 한 개를 빼놓고 모두 고장이 났지만, 하남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1년 넘게 방치하면서 두 하천의 건천화가 가속돼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
공정언론뉴스 취재 결과 산곡천과 덕풍천에 각각 3개씩 설치된 펌프 중 산곡천 펌프는 모두 고장, 덕풍천 펌프는 2개가 고장으로 멈춰서 있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하남시는 예산 탓만 하면서 뒷짐을 지고 있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펌프 고장으로 물이 마른상태로 드러나있다. (사진=동부권취재본부)>
주민들은 “날이 갈수록 건천화가 진행되는 산곡‧덕풍천에 사는 물고기가 ‘시장님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는 듯 하다”라면서 “이 지경에 이르게 된 사유가 펌프시설을 보수하거나 교체해야 하는 데도 예산을 세워주지 않는다”라고 성토했다.
이어 “추경계산 6억을 신청했는데 미사신도시는 60억이 들어가는 용역비로 2억씩 세워주면서 정작 세워야 할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게 정상적인 것인지 묻고 싶다”라면서 “이 정도 구분 못하는 공무원은 즉시 사직해야 한다”고 일침했다.
이에 대해 하남시청 관계자는 “주민들의 주장은 현실에 이해가 부족함에서 나오는 말씀”이라고 선을 긋고 “실무과에서 예산을 요청할 때 고장인지 교체 시기가 지났다든지 등 시설 수리나 교체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시급한 부분의 설명이 없었기에 예산 투입이 시급한 일들이 더 많았기에 삭감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