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국회의원. (사진=용혜인 의원실)>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서울보증보험 상임감사를 맡아 논란이 일었다. 퇴직공직자 재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제도가 있지만, 대통령실 출신 퇴직공직자 99%가 재취업 허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세청, 감사원, 검찰청, 경찰청, 국가정보원 등 소위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기관 출신 퇴직공직자의 취업심사 통과 비율도 높아 엄격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는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법관 및 검사,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4급 이상 공무원 등 비교적 높은 직위에 있었던 퇴직공직자가 퇴직 전 근무했던 기관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방지해 공무집행의 공정성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다. 이들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법이 정한 기관에 취업할 수 없으나,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를 통과하면 재취업이 가능하다. ’취업제한여부 확인 요청‘과 ’취업승인 신청‘으로 나뉘지만 신청자가 ’알아서‘ 신청하는 방식이고 심사 과정이 동일해 사실상 하나의 제도로 볼 수 있다.
1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제출받은 ‘퇴직공무원 취업 심사 현황(2020 ~ 2024.07.)’ 자료에 따르면 10명 중 9명이 취업 심사를 통과하는 가운데, 대통령실ㆍ검찰청ㆍ국세청ㆍ감사원 등 권력기관 퇴직공직자는 전체 퇴직공직자에 비해 심사 통과 비율이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ㆍ감사원 퇴직공무원 100%, 대통령실 99% 재취업 … 재취업 심사 신청 공무원 10명 중 9명 통과
해당 기간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신청 건수가 많은 20개 기관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국세청과 감사원 출신 퇴직공직자는 각각 151명과 58명이 취업 심사를 신청해, 한 명 예외도 없이 모두가 심사를 통과했다. 대통령실 출신도 107명이 취업 심사를 신청해 1명을 제외하고 모두 취업 허가를 받아냈다.
국세청과 감사원, 대통령실 외에 취업 허가 비율이 높은 상위 10개 기관 중에는 국가정보원, 검찰청, 경찰청, 금융감독원 등 소위 권력기관이라 불리는 곳들이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권력기관 출신 퇴직공무원일수록 재취업이 잘된다는 소문이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한편 이들 기관 취업 허가 비율이 전체 평균보다 높기는 하지만 취업 심사 신청을 한 퇴직공무원 10명 중 9명이 심사를 통과하고 있어 퇴직공직자 취업제한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국회의원과 지방의회의원, 법관 및 검사,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 4급 이상 공무원 등은 퇴직일로부터 3년간 법이 정한 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이 기간 내에 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위에 취업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퇴직 전 5년간 소속된 부서(고위공직자는 소속기관 전체)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지를 심사받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10명 중 9명이 이 과정을 통과하는 상황이다. 취업 허가 사유는 대체로 ▲밀접한 업무 관련성 없음 ▲ 영향력 행사 가능성 적음, 두 가지다.
영향력 미치기 위해 퇴직공무원 영입 … 정부는 영향력 행사 가능성 없다고 취업 허가
‘취업 심사 대상기관 3년간 취업 제한’이라는 원칙에도 불구하고 퇴직공무원의 취업 허가 비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무려 9가지에 달하는 예외 허용 요건이 있기 때문이다. 예외 허용 주요 내용은 ▲국가 안보나 대외경쟁력 강화 필요 ▲공공의 이익 부합 ▲취업심사 대상기관의 경영개선이 필요한 경우 ▲전문성이 있고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이다.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예외 조건과 무관하게 바로 취업이 허용된다. 사실상 심사위원이 마음만 먹으면 어느 조항을 적용하더라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다.
취업 심사 결과 가장 많은 허가 사유는 업무 관련성이 없고,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인데 현실은 이와 다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찰의 로펌행은 업무 관련성도 있고, 영향력도 행사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이후 지난 7월까지 총 133명의 경찰이 로펌으로 갔는데 절반이 넘는 76명이 법무법인 YK에서 근무하고 있다. YK는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로펌으로 설립 12년만에 10대 로펌에 진입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YK에서 경찰을 적극 영입하는 이유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지게 되면서 검찰이나 재판으로 넘어가기 전에 경찰 수사 단계에서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YK도 이 부분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일선 경찰들은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경찰 선배가 연락을 하면 그냥 무시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이 외에도 금융감독원 출신이 금융권으로, 국세청이나 공정거래위원회 출신이 대기업 임원으로 가는 것도 관련성이 없다나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다는 이유로 허용하고 있어 국민의 눈높이와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용혜인 의원은 “소위 권력기관 출신 퇴직공직자의 취업 심사 통과 비율이 유독 높은 것은 심사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 아니냐”며 “권력기관 출신은 퇴직 이후에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큰 만큼 더욱 엄격하게 취업제한 심사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10명 중 9명이 통과하는 심사는 ‘취업제한제도’가 아니라 ‘취업권장제도”라며 “예외 규정을 대폭 손질해 ’취업심사 대상기관 3년 취업제한‘이라는 제도 취지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