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수원화성박물관 유물 기증식. (사진=수원시)>
조선 후기 순조 대 수원유수를 역임했던 박기수(1774~1845)의 후손과 반남박씨 오창공파 종중(宗中)이 보유하고 있던 귀중한 유물을 수원화성박물관에 기증했다.
박기수는 1831년부터 1832년까지 수원유수로 재직하며 항미정 창건과 읍지 ‘화성지’ 편찬 등 지역 발전에 기여했다. 그의 공덕을 기리는 선정비는 1844년 건립되어 지금도 수원화성박물관 앞에 전시 중이다. 이번 기증 유물 중 ‘이탄재시고’(3책)와 ‘이탄재문고’(7책)는 현존하는 박기수의 유일한 문집으로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이번 기증에는 박기수의 4대 종손인 박영서씨가 선조의 시집, 회갑 축수시 19점, 보첩 등을 포함했으며, 반남박씨 오창공파 종중은 간성군수 박사설 묘지석 14점을 추가로 제공했다. 이 묘지석은 일찍이 도굴되어 국외 개인소유로 넘어갔다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와 경기문화재단의 협력으로 복원된 뒤 반환된 바 있다.
지난달 21일 열린 유물 기증식에는 후손들과 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박영서씨는 “6.25 전쟁 때 생계가 막막해 집안에 소장하고 있던 병풍 등 유물들을 부득이 쌀과 바꿨지만, 작고하신 선친께서는 이 문집만큼은 절대로 지켜야 한다고 누누이 말씀하셨다”며 “모쪼록 기증된 유품들에 대한 학술연구로 가치를 재조명하고, 이를 시민들과 함께 공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크 피터슨 브링검영대 명예교수는 “후손들이 선조의 문화재를 지켜낸 것은 놀라운 성취”라며 한국 장례문화의 독특함을 강조했다. 한편, 박영서씨는 “어려운 시절에도 문집만큼은 꼭 지키라는 선친의 당부를 따라왔다”며 “유물이 시민들과 공유되고 연구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수원화성박물관 측은 이번 기증품들을 소중히 보존·연구하여 지역 문화유산으로 적극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