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용 기자.>
“재판에 민의를 들이대면 사법은 끝장이다.”
이 대사는 일본의 인기 드라마 ‘리갈하이’에서 등장한 대사로, 법과 민의의 경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함을 일깨운다.
군 전역 후 이 드라마를 처음 접한 필자는 날카로운 법적 논리와 민의를 넘나드는 이야기에 큰 감명을 받았다. 특히 이 대사는 법정에서의 판단이 반드시 법적 절차와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최근 조국 前조국혁신당 대표가 대법원에서 자녀 입시 비리와 감찰 무마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수감된 사건에서 이 대사는 더욱 강하게 와닿는다.
조 前대표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겠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검찰 쿠데타"를 언급하며 자신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묘사했다. 이에 조국 前대표의 지지자들은 “조국은 무죄다”라고 외치며 법원의 최종 판결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같은 태도는 법적 책임을 정치적 논리에 묶으려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법치는 민의와 구별되는 원칙을 따른다.
“재판에 민의를 들이대면 사법은 끝장이다.”라는 대사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법치주의는 법 앞에서 평등과 증거에 기반한 판단을 중시하며, 민의는 대중의 감정과 요구를 반영하는 체계다.
조 前대표 사건은 이러한 긴장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1심, 2심, 3심에 걸쳐 법원은 명백한 증거와 법적 근거를 바탕으로 유죄를 판결했다. 그러나 검찰의 과도한 권력 행사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되었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법원의 판단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일 것을 강요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공정성을 검증하는 것도 민의에 따른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최종 판결이 내려진 후에도 이를 지속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조국 前대표와 그의 지지자들이 제기하는 "검찰의 정치적 의도"라는 주장에는 일부 국민들이 공감할 여지가 있다. 실제로 한국의 사법부와 검찰은 과거 정치적 영향력에 종종 휘둘렸던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특정 정치인의 행동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법치주의와 사법부의 독립성을 더 강화해야 할 필요성을 상기시킨다. 정치적 논란이 얽혀 있는 상황일수록, 법적 판단이 더욱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법치주의와 민의는 대립하기보다 상호 보완적이어야 한다. 민의를 반영하는 정치적 절차는 중요하지만, 그것이 법적 판단의 독립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사법부는 증거와 절차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기관으로서,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때 비로소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인물의 유죄 여부를 넘어, 우리가 민의와 법치주의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대중의 감정이 사법적 판단을 왜곡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법치주의의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조국 前대표 사건은 법치주의와 민의 간의 균형을 고민하게 만드는 중요한 사례다. 정치적 권력을 가진 인물들이 법을 존중하고 자신이 저지른 과오에 대해 정당하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줄 때, 진정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사회가 실현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