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사진=기본소득당)>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불복종할 권리를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국가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7일,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12.3 내란 사태에서 드러난 공무원의 법적 딜레마를 해결하고, 공직사회 규율과 민주주의 보호 간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상관의 명령이 명백히 위법한 경우 공무원이 이를 따르지 않을 수 있으며, 이를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명문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은 공무원의 복종 의무만을 명시하고 있으며, 위법한 명령에 대한 불복종 권한과 그에 따른 보호 조항이 없는 상태다. 이로 인해 위법한 명령이라도 공무원들이 불이익을 우려해 이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어 왔다.
12.3 내란 사태는 이번 개정안 발의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당시 일부 공무원들은 상관의 명령이 위헌적이고 불법적임을 인지했음에도 복종 의무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지 못했다. 중무장한 군인과 경찰이 국회에 침투하거나,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막아 계엄 해제라는 헌법적 권능 행사를 방해한 사례는 이러한 문제의 단적인 예다.
대법원은 이미 여러 판례를 통해 “상관의 명령이 위법한 경우 이를 따를 의무가 없다”고 판시해 왔다. 전두환 일당의 12.12 쿠데타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위법한 명령에 따른 범죄행위는 상관의 명령을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될 수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하지만 국가공무원법은 이러한 판례를 뒷받침할 명확한 조항을 두지 않아, 공무원들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위법한 명령에 불복종할 수 있는 실질적 권리를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대법원 판례의 취지를 반영하여 공무원이 명백히 위법한 명령을 따르지 않을 수 있는 권리를 명시했다. 또한, 불복종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법적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용혜인 의원은 “12.3 내란 사태 당시, 시민의 힘이 사태를 막는 데 결정적이었지만, 위헌적 명령을 거부한 일부 공무원의 용기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복종 의무와 헌법 및 법령 준수 의무를 조화시켜 공무원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소신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무원의 준법 의식을 강화하는 동시에 공직사회 내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데 중요한 법적 장치로 평가받는다. 다만,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의 모호성과 이에 따른 혼란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명령의 위법성을 판단하기 전에 이를 이행하지 않는 공무원이 불필요한 책임을 지게 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명령의 위법성을 명확히 판단할 수 있는 절차적 가이드라인과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은 20대 국회부터 여러 차례 발의되었으나,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개정안 역시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지만, 12.3 내란 사태와 같은 사례가 공무원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시키면서 입법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용 의원은 “공무원의 준법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중요한 방패막이가 될 수 있다”며, “22대 국회는 이번 개정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공무원은 위법한 명령에 흔들리지 않고 헌법과 법령을 준수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공직사회의 규율을 유지하면서도 민주적 가치를 수호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공무원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국가공무원법 개정안이 공직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