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가 극단의 낭떠러지를 걷고 있다.
차별금지법, 간첩법 개정 논의, 공수처의 영장 청구 논란 등은 이 문제를 극명히 드러내는 사례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대립적 행보, 민주당의 내란 선전·선동 혐의 고발은 정치적 대립을 법적, 사회적 갈등으로 확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대립은 국민적 피로감을 넘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성적 지향, 장애, 인종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방지하고 평등을 보장하겠다는 이상적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조항의 모호성은 집행 과정에서 사회적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이라는 문구는 종교적 신념이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를 낳는다.
미국에서는 동성 결혼을 반대한 사업주가 소송에 휘말렸고, 캐나다에서는 자녀의 성전환을 반대한 부모가 양육권을 박탈당했다. 이러한 사례는 차별금지법이 소수를 보호하려는 의도가 다수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법안은 종교적 신념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 사회적 갈등을 방지해야 한다.
간첩법 개정은 치열한 국제 정세 속에서 한국의 안보 현실을 반영한다. 2022년에 미국 FBI는 매 12시간마다 새로운 중국 관련 간첩 사건을 조사한다고 밝힌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서방국은 현재까지 러시아와 중국의 공작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서는 중국인 유학생이 미군 항공모함을 촬영한 정황이 적발되었고, 군사시설에 대한 정찰 행위가 2년 전부터 이루어진 사실도 밝혀졌다.
이런 상황 속 북한과 손잡은 러시아, 중국에 둘러싸여 있는 한국은 간첩법 개정을 시대적 요구로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간첩법 악용 사례와 현대적 남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 부족과 정치적 셈법으로 법안 처리가 계속 보류된다면, 이는 안보와 기본권이라는 두 축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신속한 논의를 마무리하고 가시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도 심각하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금 금지 사건은 공수처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특정 사건을 지연 처리하거나 선택적으로 수사했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공수처가 국민의힘 정치인 15명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야당에 대한 견제를 목적으로 삼았다는 비판도 제기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공수처가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라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 정치적 도구로 활용되었다는 의심을 증폭시켰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 영장이 서울중앙지법이 아닌 서울서부지법에 청구되며 제기된 ‘영장 쇼핑’ 의혹은 공수처의 신뢰를 더욱 약화시켰다.
공수처와 같은 법적 기구뿐 아니라 언론과 디지털 플랫폼 역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대립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특히, 유튜브 알고리즘과 일부 언론은 선동적 콘텐츠와 허위 정보 확산을 방치하며 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민주당 고발 대상에 유튜버들이 포함된 것도 이 문제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플랫폼은 허위 정보와 선동적 콘텐츠 확산을 막기 위해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독립적인 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신뢰를 회복하고 사회적 대립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의 팩트체크 플랫폼 ‘데팍토(De Facto)’는 허위 정보를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시민들이 정보를 스스로 판별하도록 돕는 훌륭한 모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짜뉴스 검증 시스템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 정보 소비 문화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극단적 대립을 해소하려면 법적 기준 정비, 정치적 대화 촉진, 언론과 플랫폼의 공동 책임이라는 세 가지 방안이 필요하다. 차별금지법과 간첩법 개정은 종교적 신념, 표현의 자유, 국가 안보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하며, 정치권은 정쟁이 아닌 협치를 통해 민생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미래는 대립의 연장이 아니라, 협력과 공존의 민주주의다. 극단적 대립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드는 것은 이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선택의 순간은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