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세용 기자.>
지난해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죽음의 게임 참가자들은 다수결 투표를 통해 게임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나 이 투표는 언제나 과반수의 의견만 반영되고, 소수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된다. 투표가 반복될수록 중도층은 사라지고 진영 간의 대립은 극단으로 치닫는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투표제도가 어떻게 배제와 분열의 도구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드라마 속 기만적인 시스템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혼란과도 닮아 있다.
지난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윤석열 대통령 체포라는 초유의 사태는 사회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며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 상황을 기회 삼아 자극적 콘텐츠로 돈벌이에 몰두하는 일부 유튜버들의 행태는 게임 속 기만적 시스템과 다를 바 없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라는 중대한 사건을 다루며 유튜브 채널 K는 후원금에 따라 진보와 보수를 가르며, "조금만 더 주면 공산당도 가입하겠다”는 비꼬는 발언으로 논란을 조장했다. 이후 이를 농담으로 치부했지만, 민감한 사안을 가볍게 다루고 이를 자신의 상업적 성공의 도구로 활용한 점은 명백히 무책임한 태도였다.
정치적 긴장을 상품화하며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를 오가며 의도적으로 갈등을 부추긴 그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 다른 유튜버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관리위원회를 겨냥했다. 물론 민주주의 사회에서 의혹 제기는 자유롭고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타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이 유튜버는 명백한 근거 없는 의혹을 반복하며 슈퍼챗 후원을 독촉했다. 방송 중 그는 "근데 딴 사람들은 왜 안 쏘는 거야!"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금전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는 단순한 정보 왜곡을 넘어 대중을 기만하고 사회적 갈등을 조장하는 행위였다.
이 같은 행태를 방치하는 데에는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의 책임도 크다. 유튜브는 라이브 방송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의 30%를 가져가면서도 자극적 콘텐츠가 확산되는 것을 묵인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실시간 방송에서의 부적절한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해 인공지능 기반 필터링과 사용자 신고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개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조치가 시급하다.
문제는 플랫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극단적인 콘텐츠를 소비하고, 후원을 통해 이를 지원하며 조장하는 대중의 태도 역시 갈등의 악순환을 부추기는 한 축이다. 클릭 한 번, 후원 한 번이 결국 사회적 불신과 분열을 키우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은 성찰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체포와 같은 중대한 사안을 앞에 두고, 혼란을 기회로 삼아 금전적 이익에 몰두하는 유튜버들의 행태는 우리 미디어 환경의 심각한 문제를 보여준다.
이러한 활동은 사회적 신뢰를 약화시키고, 국민 간의 간극을 더욱 깊게 만든다. 미디어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할 이유다. 우리 사회는 자극적 콘텐츠와 갈등을 상품화하는 행태를 넘어 신뢰와 책임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플랫폼은 부적절한 콘텐츠를 관리할 의무를 다해야 하며, 대중은 콘텐츠 소비와 선택에 있어 더욱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오징어 게임2’에서 드러난 시스템의 기만처럼, 현재의 사회적 갈등은 단순한 우연이나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성찰이 결여된 상태에서 만들어진 산물이다.
이제는 혼란을 넘어 신뢰와 책임이 중심이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탐욕적 행위는 이제 끝을 맞이해야 하며, 그 변화는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