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이 명백히 위법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다면 헌법의 가치는 훼손되고, 군 조직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
군인은 명령 체계에 따라 움직이며, 이는 군의 생존과 국가 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 체계가 헌법적 가치와 충돌할 때, 군 본연의 역할과 조직의 정당성은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이 있다.
최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가 대발의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역사적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군인의 명령 거부권을 명확히 보장함으로써 복종 의무와 민주주의 가치 간의 갈등을 해소하려 한다.
그러나 개정안이 군 조직 내에서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다.
현행 『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는 군인에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하지만 ‘명백히 위법한 명령’을 정의하거나 이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로 인해 군인들은 위법성을 인지하더라도 이를 거부하면 법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는 위법한 명령의 집행을 허용하며, 군 내에서 정당성을 묻는 목소리를 억누르는 결과를 낳는다.
군법은 직무 수행의 정당성을 판단할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만, 위법성을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은 없다. 대법원은 “상관의 위법한 명령은 직무상의 명령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으나, 이를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법적 장치는 미흡하다. 이런 상황에서 위법성 판단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조직 내 혼란과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역사는 위법한 명령을 방치했을 때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일부 군인들이 상관의 명령에 따라 무력 진압에 나섰던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명령의 위법성을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았으나, 거부했을 때 받을 처벌과 불이익을 우려해 명령을 따랐다는 지적이 있다. 당시 언론과 기록은 군 내부의 강압적 분위기와 거부 시의 심각한 처벌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법적 기반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명확히 시사한다.
개정안은 군인에게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를 부여하려는 중요한 시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명백히 위법’이라는 표현은 설득력이 있으나, 이를 적용하려면 명확한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 위법성 판단이 군인의 개인적 해석에만 의존할 경우, 조직 내 규율과 단결이 약화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위법한 명령의 정의와 판단 기준을 판례와 사례를 통해 구체화해야 하며, 명령 거부로 인한 불이익 방지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군법 교육에서 위법 명령 사례를 포함하고, 모의 훈련을 통해 직무 수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다루는 방식은 법적 책임과 권리의 균형을 잡는 데 필수적이다.
군인의 명백히 위법한 명령 거부권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헌법과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데 필수적이다. 위법한 명령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군은 국민과 헌법에 대한 책임을 다할 수 있다.
그러나 개정안이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더 많은 준비와 논의가 필요하다. 판례 분석, 사례 연구, 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 법적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법 개정은 군 조직 내 권리와 책임을 재정립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며, 군의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기회다. 군이 국민을 향해 무기를 겨누는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 개정안이 그 첫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