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존엄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법원 담을 넘어 난입한 이들은 시설을 파손하고 경찰과 충돌했다.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니며 법원을 뒤지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경찰관들이 부상을 입고, 법원이 무법천지로 변한 이번 사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한민국 헌법은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는 대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윤 대통령의 구속영장은 법적 근거와 절차를 따라 발부된 결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지지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폭력을 선택했다. 폭력은 법치주의를 지키는 방법이 아니라 무너뜨리는 도구일 뿐이다.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법적 정의를 실현하기보다 사회적 혼란을 초래한다.
문제는 폭력의 배경에 정치권의 책임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측은 헌정질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지지자들의 과격한 행동을 방조했다. 야당 역시 탄핵 논란을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하며 혼란을 키웠다. 정치권은 갈등을 해소하기보다 갈등을 조장하는 언행으로 폭력적 분위기를 부추겼다. 이는 단순히 정치적 책임을 넘어 국민적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사법부 역시 이번 사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의 사법부 신뢰는 OECD 최저 수준이다. 사법부가 정치적 중립성을 강화하고, 판결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은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예를 들어, 법관의 임명 과정에서 객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적인 인사위원회를 도입하거나, 주요 판결에 대한 설명을 대중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식이 검토될 수 있다. 국민이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면 법치주의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러나 폭력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폭력은 법치주의의 적이다. 사회적 분노와 갈등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소해야 한다. 시민 사회는 평화로운 방법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정치권은 이를 수용해 책임 있는 태도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예컨대, 대통령 탄핵과 같은 민감한 사안은 초당적 협력을 통해 처리하고, 국민들에게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법치주의가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위기를 해결할 기회이기도 하다. 정치권과 사법부가 각자의 책임을 다하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법치는 분노나 폭력이 아닌 대화와 합법적 절차 위에서만 지켜질 수 있다. 이 사실을 명심하고, 법치의 원칙을 다시 바로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