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재명의 무죄’와 사법부에 쏠린 시선

2025.03.31 09:52 입력 조회 3,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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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세용 기자.>

서울중앙지법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2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유죄였던 1심과는 정반대다. 선고 직후 정치권은 격하게 흔들렸다. 여당은 탄핵 프레임을 들고나왔고, 야당은 사법 정의를 외쳤다. 법정의 판단이 끝나자 정치의 판이 다시 열렸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는 사법부는 말이 없다.

 

물론 판결문은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는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로 보기는 어렵다전체 발언의 취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공표의 의도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제된 발언은 검사 사칭은 제가 한 게 아니고라는 인터뷰 내용이다. 1심은 이 발언이 유권자를 오도할 수 있다고 봤지만, 2심은 "맥락상 오히려 자신의 연루를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일 수도 있다"며 반대 해석을 내놨다.

 

재판부는 이어 상대방의 질문이 모호하고 전제가 부정확한 경우, 피고인의 응답을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도 했다. 판결문만 보면 법리적 고심은 읽힌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 읽기엔 여전히 어렵고 낯설다. 그래서 해석이 엇갈린다. 여당과 보수진영은 대놓고 편들기냐며 격앙됐고, 야당은 사법부가 존재감을 증명했다며 반색했다. 법정의 판단이 정치권에서 곧바로 진영의 승패로 번진 셈이다.

 

이 상황에서 사법부는 조용했다. 판결문 안의 논리는 있었지만, 판결문 밖의 반응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러자 일부에서는 사법부가 아예 입장을 대중에 떠넘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당연히 사법부는 개별 사건에 대해 해설이나 설명을 덧붙이지 않는다. 입장 표명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처럼 판결만 남기고 떠나는 자세는 결국 해석은 대중의 몫으로 남겨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반론은 가능하다. “판결문에 다 적혀 있는데, 그걸 안 읽고 왜 사법부를 비난하느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재판부는 다수의 표현을 근거로 구체적인 판단 이유를 적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심이 남는다면, 그건 단지 판결문의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사법부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만큼 신뢰를 잃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 신뢰의 붕괴 앞에서, 사법부는 그저 우리는 설명했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 없다.

 

중립이란 어느 한 편도 들지 않는 균형의 태도다. 그러나 지금 사법부는 판단은 내렸지만, 그 판단이 갖는 무게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정치와 사법이 얽힌 이 민감한 사안에서 설명 없는 침묵은 곧 무책임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이 중요하다. 사법부가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서 침묵만 할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 법리적 근거와 절차를 보다 대중이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히 밝혀야 한다. 판결의 문장은 닫혔지만, 해명의 문장은 아직 열려 있어야 한다. 불신은 방치하면 곧 확신이 된다. 그 확신이 법 대신 정치에 뿌리를 둘 때, 사법의 독립은 무너진다.

[송세용 기자 edit@fp-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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