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누군가에겐 ‘한 표’였지만, 누군가에겐 그 한 표를 행사하기까지의 길이 너무 멀었다. 민주주의는 투표소로 가는 길에서 시작되지만, 그 길이 모두에게 평등하지는 않았다.
하남시 덕풍초등학교 투표소는 2층 강당에 마련됐다. 그러나 장애인과 노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운행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탄 노인은 계단을 오르며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투표소에 도착한 뒤에는 공무원에게 “엘리베이터 하나 켜주는 게 그렇게 어렵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초이동 행정복지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무단 주차 차량으로 가득했고, 점자 블록 위까지 차량이 덮고 있었다. 안내 요원은 있었지만 교통 정리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하남시청 내 투표소는 1.5층에 설치됐지만,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는 200m를 돌아가야 찾을 수 있었다. 그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도, 이용을 도울 인력도 없었다. 계단만이 유일한 진입 경로였고, 이동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한 표'가 곧‘체력전'이었다.
불편을 호소하는 유권자들에게 당시 현장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를 이용했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전투표일에 반드시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건강 상태나 생활 여건상 당일 투표만이 유일한 기회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투표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면, 그 역시 선거 행정의 책임이다.
공직선거법 제6조 제2항은 각급 선관위가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선거인,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장애인에 대해 교통편의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역시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권리 보장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하남의 일부 투표소 현장은 이 두 법의 정신과 멀었다.
반면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선관위를 통해 대선 기간 총 170여 대의 이동약자 지원 차량을 운영했다. 장애인 단체나 구청을 통해 신청을 받고, 활동 보조인이 동승해 투표소까지의 전 과정을 돕는 구조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보조용구도 배치됐고, 경사로 등 물리적 접근성 개선도 함께 이루어졌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유권자들은 동주민센터를 통해 외출 동행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었다.
같은 날, 같은 선거였지만 어떤 지역은 투표소 앞에서 권리를 보장받았고, 어떤 지역은 계단 앞에서 숨을 고르며 권리를 마주해야 했다. 법은 같았지만, 실현의 온도는 달랐다.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해도, 최소한의 안내와 최소한의 배려는 가능했을 것이다. 안내 요원 한 명, 표지판 하나, 차량 한 대가 투표권을 지킬 수 있었다. 그것이 행정이고, 그것이 책임이다.
투표소의 문턱은 낮아졌다고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계단보다 더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6월 3일,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누군가에겐 ‘한 표’였지만, 누군가에겐 그 한 표를 행사하기까지의 길이 너무 멀었다. 민주주의는 투표소로 가는 길에서 시작되지만, 그 길이 모두에게 평등하지는 않았다.
하남시 덕풍초등학교 투표소는 2층 강당에 마련됐다. 그러나 장애인과 노약자가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운행되지 않았다. 휠체어를 탄 노인은 계단을 오르며 보호자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투표소에 도착한 뒤에는 공무원에게 “엘리베이터 하나 켜주는 게 그렇게 어렵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초이동 행정복지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무단 주차 차량으로 가득했고, 점자 블록 위까지 차량이 덮고 있었다. 안내 요원은 있었지만 교통 정리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배려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하남시청 내 투표소는 1.5층에 설치됐지만,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는 200m를 돌아가야 찾을 수 있었다. 그 위치를 알리는 표지판도, 이용을 도울 인력도 없었다. 계단만이 유일한 진입 경로였고, 이동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한 표'가 곧‘체력전'이었다.
불편을 호소하는 유권자들에게 당시 현장 선관위 관계자는 “사전투표를 이용했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전투표일에 반드시 맞춰 움직일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건강 상태나 생활 여건상 당일 투표만이 유일한 기회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들에게 “투표하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면, 그 역시 선거 행정의 책임이다.
공직선거법 제6조 제2항은 각급 선관위가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선거인,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나 장애인에 대해 교통편의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역시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권리 보장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으로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하남의 일부 투표소 현장은 이 두 법의 정신과 멀었다.
반면 서울시는 25개 자치구 선관위를 통해 대선 기간 총 170여 대의 이동약자 지원 차량을 운영했다. 장애인 단체나 구청을 통해 신청을 받고, 활동 보조인이 동승해 투표소까지의 전 과정을 돕는 구조였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보조용구도 배치됐고, 경사로 등 물리적 접근성 개선도 함께 이루어졌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 유권자들은 동주민센터를 통해 외출 동행 서비스까지 받을 수 있었다.
같은 날, 같은 선거였지만 어떤 지역은 투표소 앞에서 권리를 보장받았고, 어떤 지역은 계단 앞에서 숨을 고르며 권리를 마주해야 했다. 법은 같았지만, 실현의 온도는 달랐다.
현실적 제약이 있다고 해도, 최소한의 안내와 최소한의 배려는 가능했을 것이다. 안내 요원 한 명, 표지판 하나, 차량 한 대가 투표권을 지킬 수 있었다. 그것이 행정이고, 그것이 책임이다.
투표소의 문턱은 낮아졌다고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계단보다 더 높은 장벽으로 남아 있다.